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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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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빛 향연.
가을은 그 자체가 축복이어서 햇볕 한 조각 마저 신명나게 즐길 일이다.
가지 세 그루를 심었는데 감당이 안 될만큼 열매를 매달아 요즘은 채를 썰어 귀하디 귀한 가을 볕을 촘촘히 여미고 있다.
지겹도록 길었던 장마 끝에 홀연 내비친 가을 빛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고혹적이다.
엊그젠 그 볕으로 만든 알밤을 한 말 가까이나 산으로부터 선물받았다.
이제 막 화백이 된 친구가 꼭 한 번 낚시에 데려다 달라기에 어제 함께 다녀왔다.
지금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을 질리도록 즐겨야 한다.
강이고 바다고 물고기를 아무때나 내주는 것은 아니다.
망둥어는 주로 갯벌에서 1~2년 산다.
봄에 태어나 여름 내 살찌우고 지금 같은 가을에 내 식탁에 최고의 밥상을 선사한다.
입 큰 놈이라고 아무 때나 덥석덥석 무는 것도 아니다.
강이든 바다든 물고기가 폭풍흡입하는 골든 타임이 따로 있다.
그 때 반짝 최고의 향연을 즐기고 홀연히 떠날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다.
언젠간 물어줄거라고 마냥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그건 하수다.
돌아오는 길에 일몰의 아름다움을 잡으려는 여인네들과의 조우는 덤이다.
그녀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아 지금 내 인생시계의 현싯점을 포착해 보았다.
짧은 가을 볕 속 긴 여정의 일과를 마무리하며 갓잡은 망둥어 매운탕에 막걸리 한 잔 곁들인 만찬은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가을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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