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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915 나의 하루, 라떼는 말이야....

by 굼벵이(조용욱)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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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7시 15분경에 집을 나서 서울교대 정문으로 들어가 후문을 거쳐 지하철 2호선 5번 창구로 들어가 삼성동까지 전철을 타고 출근한다.

그동안 나는 참으로 다양한 역사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우선 교대 정문 앞에서는 교대생들을 만난다.

주로 여학생들이 많다.

선생님을 꿈꾸는 싱싱한 girl 들이다.

5월의 연푸른 내음이 절로 뿜어 나오는 것 같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전율을 느낄 만큼 짜릿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교대 교정에 들어가면 매일 아침 조깅을 즐기는 70대 할아버지를 만난다.

그 할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장을 돌며 조깅을 한다.

잠시 그 할아버지의 지나온 삶을 추측해 본다.

어디에서 태어나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거기서 달리고 있을까?

후문을 나서기 전에 조그만 문으로 교대부속 초등학교 학생들이 병아리처럼 종종걸음으로 들어온다.

정말 너무나도 귀여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주변에 내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아이들은 뛰고 싶으면 뛰고 놀고 싶으면 놀 뿐이다.

꼭 귀여운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아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어왔을 개인사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개인사에 마음 속으로 사랑스런 마음을 전해본다.

전철 역 근처에는 아침밥을 못먹고 출근하는 샐러리맨들에게 김밥을 파는 아주머니가 매일 나와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커다란 아이스박스 안에 오늘 꼭두새벽 급하게 만들었을 김밥들이 가득 들어있다.

이 아주머니가 살아온 삶도 사랑하고 싶다.

지하철 신문 無價紙를 나르는 젊은 남여가 사람들이 가져가기 편하게 신문을 정돈하고 있다.

그 남여가 살아온 삶은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나름 사랑스런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들의 삶 또한 사랑하고 싶다.

지하철 입구에서 무가지 메트로를 집어 들고 전철을 타러간다.

내가 타려는 전철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각자의 길을 간다.

무슨 생각들을 하며 그리 바삐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모두들 정말 예쁘게도 차려입었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직장이나 학교에 가기 위해 예쁘게 몸단장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남이 보라고 한 몸단장인데 어찌 보면 자신을 위한 몸단장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나는 느긋이 오늘 아침에 그들이 연출해낸 작품을 감상한다.

쭉쭉 빵빵 정말 잘 빠진 처녀가 자신의 몸매가 드러나게 하기 위해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지나간다.

보기만 해도 정말 시원스럽게 아름답다.

그런가 하면 몸매가 조금 떨어지는 처녀가 조금이라도 커버해 보려고 온갖 작품을 연출해 보지만 역부족이어서 나같이 둔감한 사람에게도 들켜버린다.

어색한 불균형이 심심한 미소를 자아낸다.

전철 안은 남여노소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붐빈다.

나는 지하철 신문 메트로의 무대리 만화 폐이지를 펼친다.

오늘은 무슨 싱거운 일을 저지를까 기대하며 무대리를 읽는다.

무대리를 읽으면 샐러리맨의 애환이 보인다.

누구나 삶은 그렇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각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소중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무지무지하게 값진 ‘경험’이라는 자신만의 역사를 차곡차곡 채워가면서 말이다.

훗날 그 역사를 반추하며

'라떼는 말이야...대하소설을 쓰고도 남아.... 세상에 나만큼 고생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하면서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 할 것이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이 반쯤 감길 만큼 소주에 취해서는 아픈 과거를 예쁘게 포장할 것이다.

누구나 삶이 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