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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나라 탓도 애비 탓도 아니고 네탓이야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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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오후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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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바라기들에게
해바라기 꽃은 얼굴에 온통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어서 우리 아이들 같아 사랑스럽다.
그래서 금년엔 농막 입구 길가를 해바라기 꿏밭으로 만들고 싶었다.
지난해 쥐가 탐하지 못하도록 쇼핑백에 넣어 작은 하우스 빨래줄에 걸어놓았던 해바라기씨앗들을 겨우내 쥐들이 곡예사처럼 빨래줄을 타고 다니며 잔치를 벌여 쓸만한 씨앗은 죄다 아작내었다.
지난 4월엔가 혹시 몰라 쥐가 먹고 남은 찌시래기들을 모아 길가에 정성껏 심었다.
내 정성도 컷지만 생명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심은 씨앗 대부분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마음속엔 내가 탄생시킨 생명들이 고이 자라 가지런히 해를 바라보고 서서 해맑은 미소를 담은 예쁜 꽃송이를 받쳐들고 들고 나는 내게 열병식을 하며 인삿말을 전해줄 거라 터지기 직전 풍선처럼 기대가 만빵이었다.
하지만 해를 보고 일률적으로 쭉쭉 커 열병식을 열거란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폭염에, 폭우에, 강풍에, 비 품은 바람 따위를 맞아가며 흔들리더니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죽거나 꽃을 피웠다.
미끈하게 내 키보다 두배는 커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놈이 있는가 하면 고통을 이기지 못해 등신불처럼 비틀어진 채 힘겹게 피어있는 꽃도 있다.
세파를 견디지 못하고 미리 제 목숨을 끊은 놈들도 있고 경쟁에서 밀려 난장이 처럼 귀퉁이에 꼬부려 앉은 놈도 있다.
나는 씨앗만 뿌렸지 싹을 틔우고 길러 꽃 피우고 제각각 열매를 맺게 한 건 하늘이다.
내 생각대로 자라주지 않은 우리 아이들도 내가 뿌린 해바라기 씨앗처럼 내 탓이 아니다.
헬조선 헬애비를 외치며 불만에 가득 찬 아들들아, 애꿎은 부모탓 하지 마라.
네가 스스로 크는 거고 네가 지극정성으로 노력한 만큼 하늘이 도와줄 뿐이지 부모가 키우는 게 아니야.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귀엣말)하긴 나도 너만한 때 부모탓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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