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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오후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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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연어나 여우나 다를 바 없는 회귀 동물이다.
아니 모든 동물이 다 회귀한다 .
어릴 때 머리에 각인된 생각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멘토 아짐이 어제 태풍 전에 단호박 두개를 따다 내 농막 앞 평상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큰 맘 먹고 그 단호박을 전자레인지에 쪄먹기로 했다.
내가 어렸을 때 단호박을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모른다.
그건 호박이 아니라 꿀이었다.
그 맛은 이후 내 머리에 각인되어 지금까지 평생동안 간직되어 있다.
소고기 굽는 고급 음식점에 가서도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가는 것도 예쁜 접시에 담겨 꿀이 살짝 흐르는 단호박찜 이었다.
그래서 방금 전 유투브 선생을 모시고 단호박 반개를 전자레인지에 쪄서 막걸리 한잔과 함께 점심을 대신했다.
꿀벌 꿀도 함께 시럽처럼 얹어 먹었다.
어릴 땐 단호박 자체가 꿀이었는데 지금은 입맛이 간사해져 꿀까지 준비해 봤다.
온 종일 비내리는 농막 안에 나홀로 단호박 찜에 막걸리 한잔 하는 재미가 태산 만하다.
각인효과가 병아리한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도 병아리과다.
아니 모든 동물이 다 그렇다.
왜 유아교육이 그토록 중요한지 알겠다.
백지 상태의 어린 아이에게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정말 조심해야 한다.
각인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생각지도는 유아기때 고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 그 생각 때문에 모든 것 다 버리고 나는 지금 홀로 외로이 농막에서 독거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결국 유아기적 환경이고 교육이었음을 자백하게 하는 오늘이다.
그래도 다가올 폭풍을 기다리며 비내리는 정오에 막걸리도 단호박도 아주 깊숙히 은은하게 몸에, 마음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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