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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106 연가를 내어 참석한 반창회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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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금)

SS이를 연락책으로했는데 연락이 제대로 안 된 듯하다.

아니면 아직 남들보다는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 그런지도 모른다.

정작 이 모임을 주선했던 총무 MJ도 빠졌다.

그래서 그런지 KH와 LSO이와 더불어 JOB까지 모두 불참한 반창회가 되었다.

SS이는 휴가까지 내어 참석한 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꽁꽁 얼어붙은 겨울 호수를 구경시켜 주었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려 조금 불편했지만 아무도 없는 눈 덮인 호수를 바라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맑아진다.

차갑고 깨끗한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얼음으로 뒤덮인 호수 위를 거닐다가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런 자리에서도 자녀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한참 아이들을 키울 때니 그게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여자는 CSO이와 LKB이만 왔다.

나는 당초 윤흥길의 '소나단 가는 길'처럼 초등 친구들과 일리아드 오디세이 형식으로 지난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각자가 작은 추억들을 이야기하였다.

SS이는 OO터에서 이루어진 동네사람들의 삶을 엮어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며 마을사람 중 한사람의 일화를 소개해 주었다.

CK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불알이 한쪽 밖에 없어 군대를 가지 못했단다.

그 집은 정말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었단다.

그래서 그의 누나는 중공군으로 내려왔다가 잔류한 중국인과 결혼하여 AJ에서 중국음식점을 차렸단다.

그게 장사가 잘되어 제대로 돈을 벌었고 돈을 버는 족족 땅을 샀단다.

중국인 명의로 땅을 살 수 없자 CK 아버지 명의로 부지런히 땅을 사들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배에 기름기가 끼자 CK이 누나는 다른 생각이 들어 서방질을 하다가 집을 나갔단다.

CK이 아버지가 죽게 되자 CK가 그 땅을 고스란히 유산으로 상속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요즘 개발 바람으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CK이는 졸지에 갑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재주는 곰이 피고 돈은 떼놈이 먹는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 반대가 되었다.

결국 그 중국인은 열심히 번 돈을 몽땅 날리는 결과가 되었다.

돈도 잃고 여자도 잃은 꼴이 되었다.

불행한 역사 속에 얽히고 섥히는 다양한 인생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다시 한 잔 더한다며 시내로 나갔다.

시내 음식점에 앉아 술을 마시려는데 어찌나 소화가 안 되던지 계속 거북하고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그냥 들어가 잤으면 좋겠는데 SS이는 노래방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지 결국 노래방 까지 데리고 갔다.

나는 노래방에서 잠을 자보려 했지만 노래방 주인이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한데 어우러져 노래에 노래를 이어갔고 나는 최근에 익힌 윤도현 밴드의 노래를 이어 불러댔다.

사랑 투 노래 가사에 빠져 SO이는 눈시울을 적시며 또 감상에 젖는 느낌이다.

노래방 주인은 SO이 친구였는데 계속 나에게 안기고 싶어했다.

결국 노래 부르는 내내 나는 그녀와 부르스를 추느라 잠 생각을 잊었다.

그러고 나니 거북하던 뱃속이 조금 나아졌다.

SS이와 나는 새벽 3시에 모텔에 들러 잠을 청했는데 잠이 오지 않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아침 7시 반에 일어났다.

잠자는 SS이를 억지로 깨워 해장국을 먹은 뒤 서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