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8(일)
테니스회에서 승진자들이 오늘 한 턱 내기로 했다.
운동을 하고 식당에 모였는데 내가 늦게 도착한 탓도 있지만 오늘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겠다는 생각에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적극적으로 술을 권하지 않고 누군가가 찾아와 술을 따라주면 그것만 적당히 받아마시고 잔을 되돌려 권하기로 한거다.
그러면서 이사람 저사람 술병을 들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행태를 유심히 관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맞은편에 앉은 KCT부장에게 계속 술을 따르며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그 앞에 앉아있다는 죄로 마지못해 권하는 술을 얻어마셔야 했다.
권력의 속성을 굳이 부인할 일도 아니다.
일면 타고 넘어야 한다.
권력을 지나치게 추구하려 해서도 안 되지만 권력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으면 조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
오늘의 권력구조는 중심부에 KYM OO본부장과 PJH OO실장 그리고 LIK처장, JHH부처장과 KCT부장이 있다.
회사의 계급과 보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테니스회의 우스꽝스런 술자리 모습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
사실 이 테니스회의 원래 원조는 P실장과 나다.
PDH, OIS, HBI이가 이후 가입하여 대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런 원조들은 제쳐두고 신출내기들이 회사 권력서열에 따라 술잔을 주고받으며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이러다 권력구조가 바뀌면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다시 무너질 테니스회의 허상이 오버랩 되는 것은 내가 너무 감상적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폭탄주를 두세잔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고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와 3게임 더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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