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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604 홍천강 견지낚시(입문 후 첫번째 출조)

by 굼벵이(조용욱)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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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4(일)

아침 일찍 차를 몰아 회사에 갔다.

동편 주차장에서 함께 출조를 떠날 PJM부처장, OSK부처장을 거기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들러 구명조끼랑 태클박스를 가져왔다.

내 차를 타고 가기로 하였는데 O부처장이 당신 차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해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광미 낚시에서 태클박스를 채울 낚시 바늘과 몇 가지 필수품을 구입하고 깻묵과 구더기를 1만원어치 구입했다.

구더기는 전에는 엄청 징그러워 했었는데 지금은 노는 모습이 오히려 귀엽기 까지 하다.

다행히 아침이어서 차가 막히지 않아 두시간 만에 홍천강에 다다를 수 있었다.

홍천강 물고기는 피라미나 갈견이류여서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번 금강 진달래 마을에서 잡은 끄리는 큼직해서 손맛도 괜찮았는데 홍천강 고기는 대개 손바닥 크기 정도의 작은 물고기가 주를 이루었다.

그래도 부지런히 아침시간에 20여 수를 잡아 O부처장이 매운탕을 끓였다.

준비해 간 소주에 피라미 매운탕을 안주삼았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모두들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게는 간이 조금 짰다.

하지만 이 매운탕이야말로 미식가 O부처가 자신만의 노하우와 정성으로 끓였고 그 스스로도 매운탕에 엄청난 의미를 두고 있는 탕이다.

점심 식사 후 모두들 쉬신다고 차에 들어가 있었지만 나는 물에 들어가 다시 고기를 낚기 시작했다.

물고기는 계속 나왔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

 

여울과 견지에 간단한 조행기를 남겼다.

 

신나는 홍천강의 하루

구더기가 처음엔 그렇게 징그러울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견지낚시 바늘에 구더기를 끼우면서 조금 징그럽지만 꼬물거리며 간질이는 동작이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미끼를 사러 광미낚시에 들렀다.

팔기 위해 담아놓은 커다란 구덕이 통 안에서 오물거리는 수많은 구더기들을 보고 귀여운 것들이 집단으로 춤을 추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들이 이렇다.

정말 무서운 생각의 변화다.

***************** 

'구름과 계곡' 선배님에게 선배님 없이도 갈 수 있도록 가까운 곳을 안내해 달라고 해서 선택한 곳이 홍천강이다.

아침 새벽부터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우며 출발했으므로 길은 전혀 막힘이 없다.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길 찾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지만 홍천강 ‘수원 민박집’ 앞에 도착한 시간은 8시 반쯤 되었던 것 같다.

그늘 막은 내가 칠테니 우선 매운탕거리부터 해결하라고 구름 선배님을 강으로 내어 밀었다.

바늘이 조금 컸던지 처음에는 고기가 잘 안 물었다.

구름 선배님이 물고기가 적으니 바늘을 바꾸는 게 났겠다고 판단해 낚시 바늘을 5호로 바꾸어주셨다.

잠시 후 계속 물고기가 물려온다.

나는 물고기 이름을 잘 모른다.

피라미 종류들인 것 같은데 이름도 다양하다.

쉬리, 불거지, 모래무지, 마자 등등의 물고기가 연이어 올라온다.

우선 급한 대로 20여 수 건져 구름 선배님의 비법 레시피로 최고의 걸작품을 만들었다.

매운탕 거리는 내가 준비할거라며 극구 고집하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탄생한 명품 매운탕과 함께 두꺼비를 잡았는데 둘이 서로 어찌나 궁합이 그리 잘 맞던지....

두꺼비도 진로에서 처음 출시했던 1958년 당시의 소주병 두꺼비 모습 그대로다.

알콜 도수도 처음 처럼 25도나 된다.

요즘 ‘처음처럼’ 소주의 출시로 ‘참이슬’이 타격을 입자 애주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으로 처음 ‘진로소주’ 모습 그대로를 재연한 두꺼비가 출시되고 있기에 술 좋아하시는 구름 선배님을 생각해서 한 병 넣어왔다.

정말 맛있게 먹고 마셨다.

신선이 따로 없다.

수려한 산과 물 그리고 다사로운 햇살과 좋은 친구끼리 벗하며 사라져간 두꺼비 네 마리가 우리를 仙界로 안내했다.

더 마시면 문제가 될 것 같아 세 사람에 소주 4병을 준비한 나의 전략은 완벽하게 그 효력을 발휘했다.

점심 식사 후 구름 선배님이 잠시 취침에 들어간 사이 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곧바로 물에 들었다.

한 낮인데도 물고기가 더운 줄 모르고 계속 오른다.

저녁 5시 정도까지 혼자 30수 가까이 한 것 같다.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정말 마음껏 낚았다.

구름 선배님의 재촉이 아니었으면 밤새 거기서 더 챔질을 해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출조에 혁혁한 성과를 올리게 해 준 구름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오늘의 조행이 거짓이 아님을 킨타쿤테(쿤테킨타?)님이 알고 있다.

처남과 함께 오셨다는데 '여울과 견지' 말씀을 해 주셔서 우리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요즘은 인터넷이 정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아니 ‘여울과 견지’가 정말 대단한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 꼭 집사람 데리고 홍천강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