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826-7 대전 보조댐 견지 번출

by 굼벵이(조용욱) 2023. 12. 17.
728x90

2006.8.26~27

아침 새벽 5시 30분,

대전 보조댐에 함께 가기로 한 사이버 준이 자신의 집에서 출발을 알리는 전화를 했다.

준이 우리 집까지 도착하려면 아마도 20분 정도는 걸릴 것이다.

구름과 계곡 선배님께 번개 모임을 위해 준비해 갈 것을 묻자 ‘다른 것은 내가 다 준비할 테니 술이나 좀 가져오라’고 해 어제 저녁 집사람에게 소주 한 박스를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부탁했었다.

집사람이 잠에서 깰까봐 조심스레 냉장고 문을 열어 아이스박스에 소주를 담고 견지용품 몇 가지를 챙겨 사이버 준의 차에 실었다.

지난 5월 이후 거의 매주 토요일에 새벽마다 산 좋고 물 좋은 동네로 혼자서 놀러 다니는데 그 낙으로 사는 남편인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뭐랄 것도 없다며 군말 않고 꾸벅꾸벅 매운탕 거리를 챙겨준 집사람이 고마워 오늘은 집사람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했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목적지인 보조댐에 도착했다.

일찍 온 사람들이 이미 수문 주위에 꽉 들어 차 있어 내가 비집고 들어가 견지 할만한 포인트가 없는 것 같다.

********* 

여기는 댐에서 나오는 물로 인해 역류되는 물길을 따라 낚시 줄을 흘린다.

어찌 보면 강이 흐르는 방향과 정 반대로 낚시를 흘리는 것이다.

밑으로부터 올라온 고기떼가 댐으로 더 이상 못 오르고 주위를 맴도는 사이에 우리 같은 조사들이 길 잃은 눈불개나 누치를 거두어 내는 것이다.

어디고 들어설 자리가 마땅치 않아 사람이 적은 댐 가까이로 자리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줄을 흘려도 줄이 잘 내려가지 않고 바늘이 돌에 걸리며 도통 입질이 없다.

그런데 옆에 선 사람은 내가 보기에도 초보같이 보이는데 계속 누치를 걸어낸다.

구름이 걷히며 뜨거운 태양이 머리를 내리쬐기 시작하자 모자도 없이 들어선 옆 사람이 ‘여기가 포인트 같으니 여기서 하라’고 하며 자리를 내주고 나갔다.

1미터 전방으로 자리를 옮겨 그 사람이 섰던 자리에서 줄을 흘리니 아니나 다를까 누치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보조댐 누치는 20센치에서 30센치 사이로 크기가 대부분 일정하다.

잡히는 순간 견지대가 휘청거릴 만큼 저항을 하여 처음에는 엄청난 대물이 걸린 줄 알고 꺼내면 대부분 비슷한 사이즈의 누치가 올라온다.

그렇게 꺼낸 누치가 여섯 마리 그리고 마지막에 모래무지 한 마리를 추가하고는 이제 그만 나오라는 구름과 계곡 선배님의 재촉으로 오전 낚시를 접었다.

점심 식단은 회원님들이 바리바리 싸 온 음식들로 풍성하다.

족발에, 닭똥집에, 불고기가 술안주로 마련되었고 잠시 후 오선배님의 압권 매운탕이 올려졌다.

오선배님은 매운탕에 무지무지한 정성을 쏟으신다.

어젯밤 늦게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와서는 오늘의 번출을 위해 일부러 시장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우선 급하게 먹을 수 있는 불고기거리를 마련하고 남들에게 잘 안가르쳐 주는 특별한 Recipe의 매운탕 양념을 위해 각종 재료를 가져다가 밤새 정성을 들인 후 숙성의 과정까지 거쳤다고 한다.

사실 시골 촌놈으로 자라 음식을 맛 보다는 양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나다.

맛도 모르는 무지렁이 내게도 별미라는 느낌이 올 만큼 오선배님의 매운탕은 맛깔스럽다.

너무 급하게 먹다가 끄리 한 조각을 옆에 앉은 치오님 or 관오님(영 헷갈림) 허벅지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화상까지 입힐 뻔 했다.(미안합니다)

그사이 덕이님이 멍짜에 1, 2센치 부족한 눈불개를 걸어 좌중을 흥분시키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바람에 마음이 동하여 눈불개를 잡아 볼 거라며 입수했는데 몇 번 스침질을 해 봤지만 낚시 줄 길이가 못 미치는지 소식이 없어 그냥 돌돌이 사냥으로 돌렸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멀리 아래까지 내려가고 우리는 바로 밑으로 내려와 강 한가운데 서서 줄을 흘렸다.

돌돌이가 줄줄이 올라온다.

한바탕 소나기가 시원스레 쏟아지고 지나갔다.

풀잎사랑님이 아직 제대로 된 손맛을 보지 못했다기에 주변에서 지원에 나섰다.

나는 위에서 남은 덕이와 묵이를 흘려주었다.

풀잎사랑님의 낚시에도 드디어 돌돌이가 올라온다.

아마도 그 시간 이후 내가 그랬듯이 풀잎사랑님의 손끝에 자꾸만 터덕거리는 느낌과 함께 가슴 떨리는 순간이 떠오를 테고 앞으로 쉬는 날에는 그님이 그리워 도저히 집에 머무르지 못 할 거라는 강한 예감이 든다.

대전 인근의 내로라 하는 맛집은 구석 구석 다 꿰고 계신 오선배님은 너무 멋진 마무리를 준비해 두셨다.

내게 ‘냉면을 먹을 래 대구탕을 먹을 래’ 를 물으시기에 소나기에 온 몸을 적셔 한기가 돌았으므로 뜨끈한 매운탕이 좋을 것 같다고 하자 시장 통 한 구석에 박힌 바다횟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셨다.

오선배님이 시키는 대로 바글바글 끓는 매운탕에 청양고추와 양념장 한 숟가락을 넣어 휘휘 저은 후 입맛을 보았다.

상큼한 미나리 향에 청양고추 맛이 가미된 대구지리의 맛이 참으로 청량하다.

국물 맛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온 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다.

덕이님, 레녹님, 풀잎사랑님, 양반 선배님, 사이버준님, 최프로님, 그리고 나와 오선배님 도합 여덟이서 그렇게 맛난 저녁을 먹었는데 덕이님이 그냥 갈수 없다며 맥주 한 잔 더 하자고 해 결국 사이버 준님 아파트에서 덕이님이 준비한 맥주를 마시며 견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모두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셔서 나 같은 초년생이 무어라 할 말은 없지만 짧은 경험과 그간 견지 사이트에서 읽었던 내용을 토대로 설을 풀었다.

하룻강아지가 봉당 앞에 앉아 주인 어르신을 몰라보고 왈왈거리며 까부는 모습 같아 오선배님이 얼마나 재미있어 했을까.

늦은 밤 나의 즐거움을 위해 마지막까지 인내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주신 오선배님과 덕이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작은 아들의 권고로 어제 읽었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나오는 모리 교수의 이야기를 회원님들에게 들려드리고 싶다.

**************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만은 아니네.

그것은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야.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구.”

“자기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헌신해야 하네.”

************** 

아마도 오선배님은 이 글의 내용을 몸으로 실천해 가시는 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