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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822 노사관계에 첫발을 내민 처장 길들이기

by 굼벵이(조용욱)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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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8.22(화)

오늘은 임금교섭 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에 앞서 처장에게 먼저 어떤 내용들이 이번 회의에서 이야기될 예정인지 설명을 해 주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설명할 시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이해에 기초한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결론을 낼 우려가 있기에 아예 아무런 자료조차 주지 않았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덤벙대고 엉뚱한 협상안에 덜렁 사인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K처장은 자의 반 타의반 고문관 행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P국장은 더 이상 그 어떤 주장도 그에게 할 수 없게 되자 '만일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임금협약 전체가 무효'라며 협박을 일삼았다.

K처장이 회의에서 나오자 마자 관련 자료를 들고 김처장 방으로 갔다.

K처장이 급하다고 한 4직급 직원 호칭관련 검토서를 먼저 들이밀었다.

그는 꼬치꼬치 따져들며 내 보고서 안에서 논리적 모순을 찾아내려 애를 썼다.

급하게 검토된 내용이고 그것이 경영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항도 아니며 그냥 호칭만 그렇게 부르기로 하는 것이기에 간단하게 보고하려 했으나 그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한다.

이어서 EAP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서를 들이밀었다.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는 직원 정신건강 상담 프로그램인데 전문 상담기관과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여러 분야의 업무외적 상담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다음은 인사처가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한 후 단체협약 갱신안에 대한 우리 측 검토서를 들이밀었다.

이어서 정년연장 안과 7직급 계열전환에 따른 임금보전 및 처우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보고서를 한 무더기 쌓아놓고 K처장 방을 나서면서 인사제도팀과의 저녁 회식을 제안했다.

K처장은 내일 쯤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한다.

 

부사장님과 회식을 했다.

O부처장이 부사장님을 인사처 부장들과 함께하는 회식자리에 초대한 것이다.

부사장님은 언제 봐도 순결하고 영혼이 맑은 신사 같다.

요즘도 일기를 계속 쓰느냐고 하면서 주로 어떤 것을 쓰느냐고 물었다.

나는 회사 일 보다는 나 개인의 생각을 주로 쓰고 있다고 했다.

사실은 그렇지 못하고 매일 시간에 쫓기면서 일기를 쓰고 있고 그것도 별 생각 없이 단순한 회사의 일상만 그려내고 있으면서 말은 그렇게 하고 말았다.

부사장님은 좋은 일이라며 칭찬해 주었다.

집에 와 집사람과 영화 마파도를 보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아 꾸벅꾸벅 졸거나 딴짓하며 산만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짜증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