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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702 죽음 앞에선 형수, 자신을 죄인으로 생각하는 형에게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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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7.2

6.30일 저녁에는 처음으로 스크린 골프장엘 다녀왔다.

고천석 과장이 내 자리로 와서는 내일 필드에 나가기 전에 스크린 골프장에서 연습 한번 해 보시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스크린 골프는 국내 골프장과 똑같은 형태의 화면을 만들어 놓고 화면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상상하고 골프를 치도록 했다.

역시 예상대로 공이 제대로 맞질 않는다.

내가 점수가 제일 낮다.

120대의 타수가 나온다.

비용은 1인당 2만원씩 내기로 했다.

고과장이 처음 시작하는 기념으로 자신이 스크린골프 비용을 대겠다고 했다.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도 게임이 끝나기 전에 이미 계산을 다 해 버렸다.

다음날은 71일 사 창립기념일이다.

약속한 대로 이명환과장과 송호승과장, 고천석 과장이 모두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모였다.

이명환 과장 차에 골프백을 모두 옮겨 싣고 지산 CC로 향했다.

퍼블릭 코스를 두 번 도는 것인데 쉽지가 않았다.

중간에 해저드가 어찌나 많은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공을 얼마나 많이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해저드가 지나치게 많고 그것도 연못 따위가 대부분이다 보니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 대부분의 골퍼들이 공을 해저드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역시 현장 필드에서도 내가 꼴찌다.

다시 연습장에 나가 이를 교정하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

비용 분담금으로 14만원을 이과장에게 주었다.

굉장히 싼 편이다.

게임이 끝나고 우리 집으로 와 돼지토마토에서 참나무 바비큐에 맥사주를 한 잔 하기로 했는데 마침 문이 닫혀있어 설렁탕 집을 찾았으나 역시 문이 닫혀있다.

이명환 과장의 권고대로 참치집에서 회덮밥을 먹으며 점심행사를 마무리했다.

점심 식사비는 내가 냈다.

어찌나 피곤한지 졸음이 몰려와 잠시 낮잠을 잤다.

일어나 집사람과 함께 형수님이 입원해 있는 아산병원엘 갔다.

형수는 1인실도 아니고 특실에 입원해 있다.

형수가 원해서 그렇게 했단다.

형수가 무슨 생각으로 그걸 원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형수의 생각은 나와 많이 다르다.

내 생각으로는 아이들이나 남편을 생각한다면 1인실도 아닌 특실을 굳이 고집할 이유는 없다.

형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게 없냐고 했더니 없다면서 정 무엇하면 형수에게 봉투나 주란다.

누님들은 100만원씩 주었던 모양이다.

나는 병원 가는 길에 은행에 들러 50만원만 찾아서 갔다.

형님은 몸이 많이 초췌해 있었다.

의지도 많이 약해져 있고 얼굴에 절망과 고통이 가득하다.

형수의 죽음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주변에서도 형수와 형수의 언니들이 형에게 자꾸 그런 생각을 강요하는 듯하다.

형은 자신이 병원에 제대로 데려가지 않아서 형수가 그렇게 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형수님 언니가 병간하면서 우리 내외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2년 전 원인을 알았을 때 병원에 제대로 데려가지 않아서 그런 것이란 이야기를 얼핏 했다.

그녀가 만일 조금이라도 불손한 태도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나는 정색하며 화를 내고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동생을 걱정하고 형에게도 그리 심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지만 형수는 형을 대하는 태도가 말이 아니다.

무언가 마음속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득 쌓아놓고 있는 것 같다.

형을 대하는 태도는 늘 싸늘했다.

형은 나랑 대화 중에도 은연중에 내가 죄인이다.” 라는 말을 했다.

형수의 손을 잡고 어깨를 어루만지며

형수님이 무얼 좋아하는지 몰라 이렇게 하니 형에게 형수님 좋아하시는 것 사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꼭 건강을 회복하세요. 자주 올게요.” 하면서 형수에게 돈 봉투를 건넸더니 형수는 날 위해서라도 꼭 일어서겠다고 했다.

형과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형에게 형이 무슨 죄인이냐고 화를 냈다.

2년 전에 내가 전화로 들은 것은 형수가 병원 가는 것을 싫어했고 형수도 간절히 원해서 땡중에게 속아 생식을 했던 것 아니냐며 다그쳤다.

형이 죄의식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강하게 표현했다.

사람의 운명은 형이 정하는 게 아니고 하늘이 정하는 거다.’하면서 형이 죄책감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그러므로 자신이 챙겨야지 누가 챙겨 주냐'고도 했다.

형수가 그렇게 된 건 전적으로 형의 잘못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형이 눈물을 자주 보인다.

완전히 풀이 꺾였다.

형수님 언니가 있는 자리에서도 분명한 어조로 병간하는 사람이 건강해야 하니 잘 먹고 건강 챙기라고 했다.

형의 처형이 인식의 전환을 하도록 해주기 위함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형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형수는 형수대로 많은 한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형은 형대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좋아하는 유천 칡냉면을 먹으러 갔다.

사실 내게 냉면은 내 입맛에 좋아서 먹는 음식은 아니다.

그자리에서 집 사람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알아서 챙기고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왕만두와 냉면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호신이 녀석이 집에 없다.

엄마 아빠가 나간 틈을 타서 싸돌아다니러 밖에 나간 것이다.

그런 녀석에게 아무 말도 안했다.

녀석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내 방에서 TV를 보다가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었다.

우리가 병원에 가는 사이 밖으로 나갔고 우리가 돌아온 후에야 들어왔다.

나는 곧 잠에 들었지만 아마도 녀석은 내 눈치 보며 공부하는 척 하다가 잠에 들었을 것이다.

도대체 공부하고는 연이 없는 녀석이다.

오늘 아침에 밥을 먹으며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해 주었다.

‘이제 몇 달 안 남았다.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본인이 학습할 생각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칼 로저스의 말을 인용)고 하면서

'지금까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주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네가 진다'고 다시 한 번 강하게 책임론을 거론했다.

녀석은 그런 내 말이 듣기 싫어 잽싸게 밥덩이를 우걱우걱 입에 처넣고는 곧바로 밥상머리에서 일어선다.

한심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