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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625 밥먹다가 발동이 걸려...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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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6.25

어제는 일찍 귀가했다.

처장도 일찍 퇴근했고 내가 오래 남아있으면 과장들 행동거지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처장 퇴근 후 곧바로 퇴근해 버렸다.

집에 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소주 반병을 마셨다.

집사람이 옆에 와 함께 오미자 주를 마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발동이 걸려 침실로 들어갔다.

집사람이 내일 회사에 가서 자랑을 하겠단다.

신혼시절에는 밥 먹다가도 발동 걸려 떡방아 찧는 일이 흔하지만 나이 오십 넘어 제 마누라에게 발동이 걸려 그 짓 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그것도 자랑거리가 되는 모양이다.

영화 블랙잭을 보았다.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너무 피곤했던지 잠깐 졸았다.

*******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시키는 것은 비열한 짓인데 우리는 가끔 그런 짓을 한다.

정처장이 노조 사무실에 가잔다.

노조라면 나 이상으로 머리를 흔들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달라졌다.

정권이 바뀌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침 김주영 위원장이 한국노총에 가있는 바람에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정처장이 전화통화만 했다.

내게 늘 노조에 밀리지 말고 당당히 주장할 것을 요구해 왔었던 그다.

나는 15년 동안이나 당당히 맞서다가 삶에 환멸을 느낄 만큼 여기저기 상처만 입었다.

자신은 개처럼 굴복하면서 내게는 사자처럼 싸울 것을 요구했던 거다.

그런 내게 정태호 국장은  늘 맷집이 좋다며 비아냥거린다.

겉은 멀쩡해도 속은 썩어 문드러지는 데 아픔을 드러내지 않으려 참아내는 내 모습을 비아냥거리며 농반진반 그런 말들을  내뱉었다.

그동안 노조로부터 비참하고 처절한 대우를 받으며 내 자존감은 완전히 짓밟혀 버렸다.

오직 승진해 탈출하는 그날까지 와신상담 정신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P노조처장이 언젠가 나랑 함께 한 자리에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이런 말을 했단다.

“내가 무너지면 회사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라도 회사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단다.

말인 즉은 맞다.

나는 분명 그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노동조합에 대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마음이 약해 그를 아무런 경계 없이 너무 믿었던 듯하다.

그는 그 후부터 내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단다.

난 속으로 '무섭다기 보다는 그런 위험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를 파낼 생각을 했겠지' 하고 생각했다.

나는 참 바보다.

조합원 마음으로 먹고사는 노조꾼인 그를 믿고 순진하게  내 진심을 그에게 말한 것이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내가 그에게 나의 진심을 말 할 만큼 그를 믿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내게

“조부장님하고 말할 때는 녹음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이 표현도 나를 불신하는 표현이다.

내가 수없이 말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6년여 전에 P를 만나는 순간부터 난 사이코 드라마에 말려들었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편집증 증상에 대해 공부했는데 내게 보이는 그의 행동이 정말 정확하게도 편집증 증상과 일치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편집증 환자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살면서 말을 아끼고 조심하라는 것이다.

만일 내가 진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면 그건 내 입이 만들어낸 설화다.

하지만 내 기억이나 상식으로는 도통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내가 믿겠다.

그 어느 누구도 드러난 현실 이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추론으로 남을 이해해서도 안 된다.

그건 그가 아니고 자신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지구조에 새겨진 그사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현실로 드러나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진실만을 말하며 살 일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기에 문제가 생긴다.

P도 결국 자신의 생각이 언제나 맞는다는 환상에 젖어있기에 나와의 갈등이 생겼던 것이다.

사이코의 특징은 자신의 생각을 절대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저 사람은 나쁜 놈이다’ 라고 낙인을 찍으면 그는 정말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를 나쁘다고 해야만 한다.

편집증에 대하여 더 공부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마 내게도 그런 증상이 있는 것 같다.

P나 나나 편집광끼리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나는 그런 감정들을 가슴에 오래도록 담지는 않는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을 잊고 언제 상대방을 미워했었냐며 밝은 모습으로 대한다.

하지만 P는 그걸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머릿속에 새겨 넣은 감정들을 죽을 때까지 기억해 낼 듯하다.

어찌 보면 그런 그가 불쌍하다.

그는 내게 자신이 죽을 것 같다는 표현도 했다.

노조에 더 이상 있으면 죽을 것 같아 김주영 위원장에게 수없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김 위원장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어찌보면 그의 그런 증상이 김 위원장 자신에게는 플러스 효과가 있는데 그를 쉽게 놓아주겠는가!

그는 자신이 황폐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머리로 그것을 극복하려 애쓴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그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내가 이토록 심하게 아파하고 있는데 그는 오죽할까?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나나 그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무슨 큰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불쌍하다.

그 휘하에 있는 국장들도 조심해야 한다.

그들도 결국은 그 늪에 빠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도 회사측 대변자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정신적 고통이 덜하다.

P는 자신의 양심에 반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가중되어 더 큰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바보 같은 사람, 빨리 그 자릴 떠나야 할 텐데 거꾸로 내가 떠날 때만 기다리고 있다.

휘하에 국장들을 꽉 꿰어 차고 숨도 못쉬게 하고 있다.

편집적으로 그들을 관리하는 듯하다.

난 일년만 버티면 된다.

내년에는 나갈 것이다.

반드시 승진해서 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 총알도 준비하고 있다.

 

경영레터를 보내는 연습을 해야겠다.

자료는 무궁무진한데 어떻게 해야 그들이 내 레터를 목빼고 기다릴 정도로 될 수 있는지만 고민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