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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804 형수님이 나비되어 하늘나라로 날아갔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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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8.4.().

지난 731일 목요일에 형수님이 돌아가셨다.

어찌 보면 그녀는 찰스 램의 수필에 나오는 나비 같은 인생을 살다 가셨다.

가장 예쁜 인생의 정점에서 나비처럼 화려하게 삶을 마감한 것이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삶의 끄나풀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하늘이 정한 운명은 거역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예쁘고 곱던 자태는 연기가 되어 나비처럼 하늘로 날아갔다.

그동안 거의 매일을 형수님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들락거렸었다.

아산병원에서 장기간 요양하다 쫓겨나 경희대 동서 신의학 병원으로 옮겨져 생을 마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형님 형편에 비하면 호화로운 병실환경 속에서 생을 마감하신 거다.

그런 면에서 형님은 앞 뒤 계산 없이 최선을 다해 형수님을 모신거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하루 밤에 56만원씩 하는 국내 최고급 병원 특실을 몇달간 전전하다 돌아가셨다.

형수네 친정 형제자매들도 정말 대단했다.

매일 하루도 안 거르고 눈물로 그녀 곁을 지켰다.

그러면서 형이 힘들어 조금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그런 형을 못마땅해 하면서 뒷담화를 했고 이에 스트레스를 받은 형은 더욱 더 힘들어했다.

형수는 의식이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갈한 자신의 자태를 잃지 않았다.

정말 깔끔한 삶을 살다가 갔다.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 어느 누구도 문병차 병원을 찾지 못하게 했었다.

덕분에 나도 형님 처가댁으로부터 오해를 받았었다.

그 곱던 얼굴이 모두 망가져 뼈와 가죽만 남아가면서도 형수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

병상을 지키는 현신이 녀석에게 , 너희 엄마 참 예쁘지?”하고 물었더니 형수가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늘어지는 어조로 진작 말해주지라고 내 말을 받았다.

처음에는 말을 못 알아들어 무려 세 번을 확인하고서야 형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여자는 여자다.

여자는 예쁘다는 말을 죽는 순간까지 좋아한다.

형수가 죽음의 문턱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하던 윤동주의 서시를 떠올렸다.

마지막 순간에 형수는 마치 가녀린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가르릉 거리며 힘없이 죽어가는 모습이 마치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순수하고 맑아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같이 숙연해 지면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 되었다.

그러면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의 순수함을 사랑하게 되었다.

죽음은 어찌 보면 축복이다.

더군다나 늙고 병들어 주체할 수 없는 초라함으로 살다가 그동안 가져왔던 아름다운 삶을 모두 추함으로 희석시켜버리고  맞는 죽음은 더욱더 불행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그의 인생수업에서 렌즈를 잃어버린 사람은 다음과 같이 반응할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

첫 번째 부정이다. ‘내가 그걸 떨어뜨렸다니 믿을 수 없어

두 번째는 분노이다. ‘좀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세 번째는 타협이다. ‘렌즈를 찾게 된다면 앞으로 조심할거야

네 번째는 절망이다. 그걸 잃어버리다니 아까워 견딜 수가 없어

다섯 번째는 수용이다. ‘괜찮아 언젠가는 바꾸어야 하는데 뭘

********

형수도 그랬었다.

하지만 형수는 마지막 수용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고 네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을 땐 이미 모든 기운을 잃고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는 단계인 수용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절망 속에 하늘을 떠났다.

아니 그녀가 이미 우리를 용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가버려 이를 표현하지 못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마지막에 흘린 눈물이 아마도 그런 눈물이 아니었나싶다.

***********

형수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 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결국 휴게실에서 5분정도 눈을 붙이는 동안 그녀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아마도 나를 사랑했었던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주어 정말 미안한 감이 든다.

어느 명절날 집에 도착했는데 그녀는 음식장만을 위해 싱크대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인사도 없이 거실로 가서 다른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었다.

형수는 자신을 패싱한 나의 행동이 무척이나 섭섭했던 모양이다.

쌜쭉한 표정으로 내 앞에 나타나 인사 없는 나를 꾸짖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영정 사진의 모습이 꼭 그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장례를 치르는 그녀의 영정을 보며 나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입관식에서 본 그녀는 양 옆의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예쁘고 포근하게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