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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1219 강퇴당한 부사장 이임식 단상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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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9

어제 문호 부사장 이임식을 했다.

지난 금요일에 청와대로부터 해고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한 사람들이 꽤 많다.

발전자회사 대부분의 전무들과 한전의 전무 4사람을 일시에 해고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엽관제가 세상을 참 많이 어지럽힌다.

박종확 전무, 장명철 전무, 김진식 전무, 문호 전무 모두 내 팬이었다.

헌데 어느날 갑자기 한칼에 파리목숨이 되어버린 것이다.

문호 부사장은 전무 부임 초기에는 나를 많이 오해했었다.

김승환 단장과의 관계가 견원지간이다보니 김단장이 인사처장 시절에 김단장 밑에서 책사 노릇을 했던 내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러나 나도 고래 힘줄처럼 질긴 놈이어서 끈질기게 노력해 어느 순간엔가 다시 그의 사랑을 회복했고 결국 그를 다시 내 팬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무섭게 직원들을 윽박지르며 앞으로만 달리던 문호 부사장도 단상에 오르자마자 무너지면서 곧바로 눈물부터 터뜨렸다.

내가 봐도 그의 열정은 하늘을 찔렀다.

그 바람에 본의 아닌 오해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내가 쓴 책을 읽고 생각을 바꾸어 조금 더 인본주의적 리더십을 구사했더라면 회사에 적보다는 보다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가 눈물을 흘리자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눈가를 적셨다.

물론 그가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마지막 순간까지 힘찬 박수를 보내면서 시대적 정치적 아픔을 함께 나누어 주었다.

더 이상 이런 일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월간 인사관리로부터 청탁받은 원고정리 작업을 마쳤다.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쉽게 끝내는 나를 보면 나도 엄청난 포텐샬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무슨 일이든 쉽게 지지 않고 훌륭하게 마무리 해내지 않는가!

테니스든 낚시든 한번 시작하면 최고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내 잠재력도  대단한 것 같다.

매사 자부심을 갖자.

 

어제 저녁 짜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늦은 시간까지 일했다.

연구직 관리규정을 끝냈다.

 

호신이는 요즘 거의 매일 컴퓨터에 붙어 산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컴 앞에 앉아 밤 12시가 넘도록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내가 이 아이에게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몰라 갑갑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