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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1126 내부경영평가 그리고 내가 앓고 있는 우리집 속사정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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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내부경영평가 심사위원으로 선발되어 평가하는 도중 시간이 남아 떠오르는 생각을 잡아 보았다

 

경영평가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850분까지 지하2층 강당으로 내려오란다.

내부 경영평가 위원으로서 오늘 오후 10시 반까지 평가를 마쳐달란다.

적당히 요령을 부렸더니 4시가 채 되기도 전에 평가를 끝낼 수 있었다.

모든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정확히 평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꼼꼼히 읽어본들 내 전공분야가 아니어서 내용을 제대로 모르니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도 쉽지 않다.

내가 평가를 빨리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평가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대충대충 평가하며 평가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경영평가는 원천적인 모순을 지니고 있다.

무릇 평가라고 하는 것은 같은 수업을 받은 학생들 중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수업내용을 이해했는지 우열을 가리는 학습평가처럼 동종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같은 경영환경 하에서 서로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경영평가는 물론이고 내부 경영평가도 마찬가지로 전혀 다른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는 처실을 대상으로 상대적인 비교평가를 강요한다.

환경적으로 서로 비교되어질 수 없고 하고 있는 일의 성격도 전혀 다른데 이들을 상호 비교 평가하도록 하면서 평가의 공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열과 성을 다해서 평가한다 해도 오히려 그러한 열성으로 인해 평가 결과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더 많다.

그렇다면 차라리 평가자의 스타일과 기준에 따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오히려 더 논리적이다.

공기업에 대한 국가시책이 형편 없으니 공기업 경영도 형편없을 수밖에 없고 그런 경영을 평가하는 것도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먼저 보고서를 대충 훑어보고 처실간 서열을 정한 후 중간점을 잡아 먼저 평가한 후 아래와 위를 적당히 조절하여 평가하니 정확하게 한번에 최고점과 최저점이 5점에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모든 평가자의 의견을 집계한 결과는 대체로 내가 평가한 순위대로 결정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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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우리반 모임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았다.

우리반 친구들은 왜 연락도 잘 안하고 모임에 잘 나타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회장인 내가 문제가 있어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모임에 매력을 별로 느끼지 못해서인 것 같다.

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질펀하게 놀아주지 않아서인가?

내가 제대로 놀 줄 몰라서인가?

아마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보고 있어도 보고싶을 만큼 그럴듯한 추억거리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함께 모여 옛추억을 더듬으며 조근조근 정담을 주고 받는 것도 꽤 괜찮은 일 아닌가!

우리 반은 이렇다 하게 성공한 사람도 없고, 딱히 건달 같은 논다리 패도 없다.

그래서 모임에 별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옛친구들끼리 가끔씩 만나 술잔이라도 나누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모르긴 해도 순수한 감정을 이해관계가 앞서 가로막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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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이 문제는 어떻게 할까?

아직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하다.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듣는 척만 하고 진정 마음으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잠시 한쪽 귀에 머물다가 다른 귀로 흘려버리는 듯하다.

그 좋은 이야기들이 녀석에게는 한낱 잔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녀석은 내 조언에도 불구하고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컴퓨터 앞에 앉아 새벽까지 게임을 하거나 밖에 나가 친구들과 빈둥거린다.

집 현관에 내가 들어서면 녀석은 언제나 피시 앞에 앉아 있다가 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자리를 비켰다가 내가 자러 가면 그때 다시 기어 나와 새벽까지 컴 앞에서 세월을 보낸다.

내가 나타나는 순간 기분 사나운 표정으로 컴퓨터 화면을 정리하며 내키지 않는 인사를 억지로 한다.

녀석에게 정체성에 관하여 이야기 해 주었는데 녀석은 내 말이나 행동으로 변할 녀석이 아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반드시 먹어보아야 깨달음을 얻는 친구다.

자신이 직접 부딪혀 머리가 깨지든 다리가 부러지든 고된 경험을 하고 난 뒤에야 깨달음을 얻을까 내 말은 그냥 흘려들을 뿐이다.

먼 세월이 지난 후에 이친구는 심각하게 후회하겠지만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나랑 대화할 때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일테면 돈 같이 자신이 필요한 게 있어 내게 말을 걸 때에는 생글거리며 나타나 원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용돈을 달라고 하거나 핸드폰을 사달라고 하는 등의 부탁을 할 때에는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한다.

하지만 정작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 하면 단답형 폐쇄형 질문에만 억지로 답할 뿐 개방형, 서술형 질문에는 입을 꾹 닫고 더듬거리며 대답을 꺼린다.

그러나 제 친구들과 있을 때는 제가 가장 말이 많단다.

제 말로는 자신이 친구들을 가장 잘 웃긴단다.

친구들에게 어떤 종류의 웃음을 선사하는지 모르겠지만 유치한 웃음거리가 아니길 바란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삐뚤게 성장했는지 모르겠다.

이 아이의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집사람의 일관성 없는 훈육방식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집사람은 일관성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가 나를 대하는 방식도 내가 감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일관성이 없다.

그렇게 성장하면 아이는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나 정체성을 가질 수가 없다

내가 집사람과 잠자리를 같이 한지도 참 오래 되었다.

집사람은 경신이가 군에 가자마자 경신이 방으로 자기 살림을 옮겨놓고 사실상 별거에 들어갔다.

일년이면 서너 달 나와 눈 맞추고 이야기를 나눌 뿐 나머지 7,8개월은 돌보다 차갑게 나를 대한다.

사이가 좋을 때는 귀찮을 정도로 붙어 있으려 하다가도 어느새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얼음처럼 돌변한다.

집을 들고 남에 인사도 없다.

입에 거미줄을 칠 정도로 말이 없다.

같이 살아도 남만 못하게 지낸다.

그러니 성생활도 엉망이다.

나는 주기적으로 매주 날짜를 정해놓고라도 하기를 원하지만 그녀는 이런 나의 생각에 동조를 하지 않는다.

그녀는 내게 한번도 진지하게 섹스를 요구한 적이 없다.

내가 보기엔 그녀가 그걸 혐오하거나 원하지 않아서가 아닌 것 같다.

원하지만 그걸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원할 때 제대로 응해주어야 하는데 함께 몰입하지 못하고 딴 짓을 하는 등 기분 잡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심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조울증 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기분 좋을 때는 내 곁에 붙어 한없이 다정하게 지내다가도 기분이 나빠지면 찬바람을 일으키며 토라진다.

그러니 지난 나의 결혼생활이 그동안 어떻겠는가!

87년 결혼해서 지금까지 21년 넘게 함께 살아왔지만 햇수만 늘렸을 뿐 말이 부부지 남만 못하게 지낸 세월이 2/3.

내가 70을 산다고 해도 앞으로 20년을 지난 세월처럼 비참하게 살아가야 한다.

난 집사람과 이 일에 대하여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지금처럼 힘들게 살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의미있게 살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서로가 마음 상하지 않게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고 진지하게 의논을 해야 한다.

서로 함께 고쳐나가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 없다면 조금이라도 더 늙기 전에 서로 각자의 길을 다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언제 해야 할까?

나는 그동안 그녀에 대한 수많은 불편함을 일기장 속에 담아놓기만 했을 뿐 정작 내 불편한 감정을 솔직하게 그녀에게 말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녀 또한 나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을 그렇게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 정말 답답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나나 집사람이나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밤 생활의 스트레스를 낮의 직장생활 속에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생활 마저 힘들어지면 그 때는 정말 견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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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간 경신이는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해 가고 있을까?

2년간의 군 생활이 그녀석에게 무언가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주었으면 좋겠다.

조금은 변한 듯하지만 녀석도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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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이도 곧바로 군에 보낼 생각이다.

만일 다른 일을 도모한다 해도 지금의 상태에서는 그냥 허송세월을 보낼 뿐이다.

군에 다녀와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성숙되었을 때, 어느 정도 자아정체감이 형성되었을 때 자신의 일을 도모해야 한다.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아이들이 나를 닮았다면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 2~3년은 지나야 자신 만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제대로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호신이가 만일 학교에 실패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마냥 놀릴 생각이다.

더이상 놀기가 지겨워서 공부할 때까지 놀릴 생각이다.

재수를 하겠다고 해도 절대 학원에는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 정신상태로는 학원에 보내봐야 지금의 생활을 반복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냥 놀다가 지쳐서 제발로 군에 가거나 혼자 독학의 길에 들던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