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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려왔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것이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 것이자 언제라도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말이다.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절대 잊지 마라.”
데크 아래 솔잎들이 쌓인 땅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한테는 네가 아무리 특별하게 느껴지더라도 너는 한 마리 개미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걸.
좀 더 클 수는 있겠지만 더 중요하지는 않아.”
과연 네가 토양 속에서 환기를 시킬 수 있을까?
목재를 갉아 먹어 분해의 속도를 높이는 일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네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런 면에서 지구에게 넌 개미 한 마리보다 덜 중요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지.”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죄악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 정지인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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