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8
연휴 이틀 내내 테니스를 하고 온 것 외에는 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하고 호신이 녀석에게 어디 가는 게 좋겠는지를 물었더니 아예 제 친구랑 먼저 아웃백에 가 있겠단다.
요즘은 군에 동반입대 하는 제 친구 홍윤기랑 늘 같이 붙어 다니는 것 같다.
군에 가기 전에 무언가 추억도 만들고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것들을 하며 마음껏 즐기고 싶은 모양이다.
이 아이는 공부에는 영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아웃백에 가니 호신이가 제 친구 현일이랑 함께 앉아 있었다.
녀석은 이젠 내 앞에서 대놓고 노골적으로 귀고리를 하고 있다.
나는 당장 귀고리를 뺄 것을 명했다.
내 눈에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난 뿔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집사람과 잠시 아침형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나눈 것이 아니고 사실은 집사람과 매일 각방생활을 하는데 그렇게 된 주된 원인이 혹 침대가 아닌가 싶어 그러면 침대를 없애자고 내가 제안을 하면서 나누게 되었다.
집사람은 그런 원인 보다는 서로 잠자는 생활 패턴이 다른 게 문제이니 그낭 각자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사는 게 더 낫겠다고 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고 자기는 저녁형 인간이어서 도저히 내 패턴에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늘 집사람이나 아이들에게 내 스타일로 바꿀 것을 고집해 왔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해 보았자 제고집만 내세운다고 할테니 차라리 입 다물고 그냥 집사람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척이라도 하는 게 낫겟다는 생각에서다.
집사람은 그렇다 치고 그러면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도 자신과 똑같은 인간형으로 만들 것인가?
거의 매일 하루 온 종일 자빠져 자다가 오후 네 시 쯤 일어나 아르바이트나 나가는 녀석들을 나는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그런 녀석들을 그대로 방치하란 말인가?
나도 그렇게 방치하면 속 편하고 좋다.
내 고집을 떠나 부모된 입장에서 아이들의 그런 나쁜 습관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부모는 자고로 스스로 모범보이기를 통해서 어떤 삶이 바람직한지를 아이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줄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줄을 이었지만 짧게 몇 마디 내뱉고 입을 다물었다.
늙어갈수록 입 조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입은 최대한 적게 놀릴 일이다.
저녁형 인간인 제 엄마를 통해 아이들이 배운 것은 밤늦도록 할일 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귀중한 낮 시간엔 온종일 잠만 자며 보내는 일이다.
내 생각이나 주장이 꼭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걸아침형 인간을 주장하고 있고 그렇게 사는 것이 자신의 시간을 보다 알차게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하나님이 밤과 낮을 만들 때는 이유가 있는 거다.
야행성 동물을 제외하고 밤에는 자고 낮에는 활동하라는 의미가 분명할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야행성 동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저녁 형 인간에 관한 주장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내 주장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집사람이 그런 생활을 했음에도 건강검진에서 완벽한 수치로 건강상태를 확인했다고 해서 그런 생활이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의 유익성을 주장하고 있다면 아이들이 아침형을 체험하게 하고 보다 나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집사람은 내가 가훈으로 원하는 아침형 인간을 획일적인 강요로 생각할 뿐이다.
자신을 교정하려는 의지도 없을 뿐더러 아이들에게 아침형을 권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그동안의 내가 보인 행동이나 생각들이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면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나에게 있는것이다.
이제는 그녀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서 더이상 바로잡기가 힘들다.
집사람은 내가 우리 가족에게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려들면 그냥 나의 허황된 고집으로 돌리기에 가정교육에 정말 애로가 많다.
그렇다고 그렇게 한 결과가 괜찮은 것도 아니다.
내가 도저히 견뎌내기 어려울만큼 나쁜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그러니 내가 환장할 노릇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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