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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223 코칭, 상대방의 생각을 바닥까지 토해내게 해야

by 굼벵이(조용욱) 2025.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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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김병옥이랑 심하게 논쟁을 벌였다.

주변에서 잘못 보면 한심한(pathetic, pitiful) 처장급 팀장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직급이 높다고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설득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도록 하려 할 뿐이다. 

그래야 내 일을 제 일처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설득 당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해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잘못 된 생각이다. 

논의과정에서 자신의 이론에 몰입하다가 목소리의 톤이 서로 조금씩 올라갔다. 

나는 김차장의 목소리 톤이 높이 올라가 조금 낮추었으면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것에 대하여 일체 언급하지(mention) 않았다. 

 

우리가 토론한 주제는 정년퇴직 예정 보직변경 직원의 업무에 대한 성과평가 기준이다. 

어떤 형태로든 그들로 하여금 성과를 창출하게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한 업무기준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평가 기준을 막연하게 사업소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하여 운영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는

먼저 사업소에서 어떤 기준을 운영할 것인지를 확인한 후

공문을 통해 이를 명확하게 지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병옥 차장은 그럴 필요가 없이 그냥 사업소별로 적당히 알아서 수립하라는 지시만 내려도 된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그의 입장에서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그의 아이디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김병옥이 사업소에서 기준을 끝내 안 만들어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강하게 주장(his own way of insistence) 하기에

그런 사람들은 일하기 싫은 사람들이므로 사표를 받아야 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억지를 부리며

내 목소리 톤을 높혔다.

(이건 내가 좀 과했다)

 

나는 거기서 한걸음 물러나 웃으면서 조용히 그를 타일렀어야 한다.(persuade him honestly) 

그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을 끝까지 설명하게 했어야 한다. 

막연하게 내 이론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질문을 통해 그가 자신의 결론을 바꾸거나 우리가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하도록 하여야 한다. 

코칭 전문가인 내가 제대로 코칭을 하지 못한다면

이에 기반을 두고 있는 MBO 시스템은 잘못된 시스템 아닌가!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코칭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우격다짐을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더 나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에 몰입하여야 한다. 

나는 결국 코칭에 실패 했다.

 

오늘 점심은 이형철 전남본부장이 샀다. 

전남본부장은 일식집 도다이에서 인사처장을 포함한 팀장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 모든 이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그래도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며 살면 된다.

 

저녁 무렵에 김종호 노무처장 방엘 다녀왔다. 

이치훈 선배와 통화한 내용을 전달해 주면서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고 했다. 

그가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reluctant) 

그렇다고 나랑 밥 먹어 주십사고 매달릴 일도 아니어서 화제를(topic of conversation)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나는 그에게 사업장별로 정년퇴직 예정 직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팀을 운영함으로써

스스로 성과를 관리하게 하는 방안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상급자 노조에 대한 이야기도 사장 지시가 있기 전에는 먼저 나서서 이런 저런 방안을 구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직에(present post) 있는 사람들도 현재의 시스템에 대하여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잘못하면 욕만 얻어먹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

노사업무에 관해 당신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 생각지 못하는 것을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측면도 많다.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권춘택이 전화를 했다. 

퇴근 정리하고 노무처로 올라오라는 것이다. 

내가 제안한대로 같이 저녁먹자는 거다. 

 

함께 신의주 찹쌀 순대국집에 갔다. 

모듬 순대 한 사라와 막걸리 네 통을 마시고 쭈꾸미 삼겹살에 밥 반 공기씩 먹고 헤어졌다.

간단하게 먹고 마시니 9시 이전에 귀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