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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308 황종영 처장 모친상에 다녀오며

by 굼벵이(조용욱) 2025. 2. 6.

3.8()

아침에 출근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인사처장에게 지난주에 있었던

이치훈 부장 이메일 배포 사건에 대하여 보고했다. 

이미 전무에게 보고한 내용이어서 부담이 편하게 보고했다.

 

아침 팀장회의가 있었는데 우리가 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업무보고 하기도 쉽지 않다.

때로는 별일 아닌 것을 별일 처럼 과대포장해서 보고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하다. 

위인설관식으로 날 위해 억지로 만들어준 자리라 더욱 그렇다.

 

아침 회의에서 업무보고가 끝난 뒤 내가 밥을 사겠다고 했다.

지난번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최우수 교육생으로 선발되어 외교부 장관상을 받았고 그걸 얼마 전 회사에서 추인해 장관상에 적용되는 인센티브 포상금을 받았기에 그걸로 밥을 사겠다고 한 거다.

날자는 주인환 부장이 처장과 협의하여 정하는 것으로 하였다. 

저녁이 됐든 점심이 됐든 내가 밥을 한번 사는 것으로 했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에게 밥을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인사처가 영향력이 있는 본사 주요부서다 보니 '와도 사 가도 사'(사업소 측면에서 본사를 접할 때 늘 밥을 사야 하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용어) 식으로 인식되어 주로 얻어먹기만(be treated)해 그동안 남들을 대접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학습하지 못했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의도적으로라도 밥 사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받는 것 보다는 주는 게 훨씬 어려우니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황종영 처장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통보를 받고 문봉수 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문상 가는 자동차 길에 내가 꼽사리 낄 빈자리가 있나 해서다. 

문처장이 이리저리 연락을 해보더니 계통계획실장과 함께 내려가는 차를 수배했다. 

회사차로 송호승이가 운전해 가는 차에 함께 타고 가기로 한 거다.

황처장은 내 고향 동네 선배다.

덕분에 즐겁고 편하게 문상을 다녀왔다.(make a call of condolence)

 

오가는 차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부가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잘못된 정책 따위를 설명해 주기도 하고,

소련의 붕괴 원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나는 소련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기술개발하기 보단 미국 기술자를 수입하거나 기술을 베끼는 수준으로 산업발전을 도모한 게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궁극엔 붕괴의 주 요인이 된 것으로 본다.

여기에 장하준 교수의 관점도 몇 가지 가미하여 설명했다. 

조금 현학적인(pedantic/inkhorn expression) 표현이 있었지만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일테면 소련경제의 부흥을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이런 중앙정부에 의한 계획경제이지만 동시에 소련 정부를 무너뜨린 것도 바로 중앙정부에 의한 계획경제라는 것이다. 

능력있는 정부가 필요 최소한의 수준으로 올바른 계획을 세우고 민간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이를 이끌어 가게 하면 성공할 수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정부가 계획경제 방식으로 대부분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경제에 대한 지나친 정부개입은 위험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보면 경제가 망가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

북한이나 소련, 중국이 모두 그런 예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다.

인간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이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사상루각의 이론일 뿐이다.

인간 아니 모든 동물의 본질은 극단적 이기주의자라는 점을 간과한 거다.

 

문상하는 자리에서 허엽 사업총괄본부장을 만났다. 

갑자기 종부세 이야기가 나와서 결국 우리집 유산상속에(succession to property) 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재산 상속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한다.

일종의 신데렐라 증후군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형은 과다하게 상속받은 토지에 부과된 종부세가 원인이 되어 결국 상속재산을 모두 말아먹고 몸과 마음을 다쳐 인생을 망가뜨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릇이 아니거든 상속이든 로또든 절대 자신의 그릇 이상의 재물을 탐하면 안된다.

자신이 차근차근 모아올린 재물은 그릇 크기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기에 그리 큰 실패가 없지만 갑작스런 횡재나 유산은 자신의 그릇부터 조심스레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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