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수)
엊그제는 홍석환 이사가 ‘가지 않은 길은 더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seri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내용이 괜찮아 정년퇴직 예정자들에게 보내 공유하기로 하고 아래와 같은 글을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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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좋아하던 젊은 날이 있었습니다.
나의 까치머리가 말해 주듯
천방지축 내달으며 개성으로 똘똘 뭉쳐진
신입시절이 엊그제 같은데(new employee)
벌써 오십 중반에 다다라
마치 성장을 멈춘 철부지 영혼이
낡은 고옥에 들어앉은 것처럼 되어버렸네요.
그래서 더욱 ‘가지 않은 길’이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오늘 하루
그동안 못 가본 길을 반추해 보시면서
앞으로 가야 할 나만의 아름다운 길을
마음속에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
오늘 아침 어느 선배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몇몇 선배님들이 전화를 주셨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불편으로 괴로워하시는데
해결책을 마련해 드리지 못하는 제 마음이 더욱 무거웠습니다.
어쨌거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이미 결정되고 시작된 것
처음부터 ‘아니’라고 말 할 수는 없기에 일정 기간 힘닿는 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겠노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가슴이 답답합니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왕지사 정해진 것 적어도 6개월 정도는 더 운영해 보고
그래도 문제가 지속된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자합니다.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는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제게 메일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 3. 7
조용욱 올림
이 글을 읽은 경기본부 FM(field manager) 한 분이 내게 전화 해 자신의 불만을 토로했다.
정년연장 신청도 안했는데 금년 9월 정년인 자신을 도서전력 직무에 종사하게 하여
출퇴근이나 업무에도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
그의 아픔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달리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몇 달 다니다가 9월 정년자를 대상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진행될 때 그걸 핑계로 나올 수는 있을 것 같다.
여기저기 구석구석에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
이 아픔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억지로 업무의 흐름을 바꾸어놓는 바람에 생겨난 것일 게다.
도서전력 직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걸 누군가가 억지로 만들어 내는 바람에 생겨난 것일 게다.
절대 순리를 역행해서는 안 된다.
순리를 역행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제는 내가 점심을 사는 날이었다.
외교부 장관상 수상 때문에 부수적으로 받은 인센티브가 꽤 되어 점심을 사기로 했는데 총무팀장이 유끼야에서 생태탕을 주문해 놓았다.
내 맘 같아서는 정식이라도 시켜 폼나게 가오라도 세워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주인환 팀장이 삭사비가 너무 많이 나올 것을 우려해 그렇게 주문해 놓았던 거다.
배려심 많은 고마운 사람이다.
현상철 처장이 초밥 2인분을 추가 주문했지만 초밥을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에 어렵다는 주인장 말에 따라 우리는 미리 주문했던 생태탕 또는 지리만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나는 무효라고 선언하며 다시 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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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 없이 앉아 놀려니 심리적으로 많이 부담스럽다.
오후에 김병옥이를 불러 혹 목표설정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지를 물었다.
MBO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설정인데 이를 너무 소홀히 생각하는 것 같아 김차장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김차장은 우리가 이젠 인사제도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 때에 목표설정을 얼마나 했는지 따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목표를 잡게 하는 것이 MBO의 본질이고 핵심이어서 나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만일 올바른 목표를 잡지 못한다면 MBO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MBO는 사라지고 부수적인 평가기능만 수행하게 될 뿐이다.
둘 간의 논쟁은 거의 30분 이상 진행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기고 진사람 없이 서로 자신의 일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논쟁의 본질은 이기고 지는 데 있지 않다.
정 내 생각을 부하직원에게 강요하고 싶거든 명령 대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부탁을 해야 한다.
논쟁 과정에서 충분히 자신의 취지를 설명했을 테니까 부하직원은 비록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 취지를 충분히 살려 부탁을 들어줄 수 있으니까.(do your favor)
퇴근시간에(quitting time) 노무처에 올라갔다.
권춘택 처장에게 가서 노조 선거개표가 진행되는 현장을 둘러보았다.
김주영 위원장이 압도적으로 이기고(win an overwhelming victory) 있다.
어쨌거나 그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한전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도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해야 할 게다.
예전처럼 지나치게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우면 안된다.
난 이제 절대로 그들과 부딛치지 말아야 한다.
그냥 죽은 듯 숨죽이고 있다가 조용히 떠나야 한다.
다시 사무실로 내려와 인사처장 방에 들렀다.
인사처장도 노조 선거 결과를 보고 있다.
그가 안도한다. (feel relieved/ at ease)
같이 저녁먹자는 사람도 없어 김병옥이에게 저녁 약속이 있는지를 물었다.
방금 약속이 잡혔단다.
홀로 퇴근 해 집에 와 집사람이 끓여주는 떡국을 먹었다.
반주로 소주도 세잔 마셨다.
김병옥이가 문자를 보내왔다.(send SMS: short message service )
‘처장님 제가 보필을(assist) 잘 못해서 죄송한데요.
누가 뭐래도 전 처장님 사랑합니다.’
참 고마운 친구다.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정답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열심히 현재를 살면 되지 않나 싶다.
현재의 내 위치는 겸손을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그저 봉사하고 숙이고(lower my head) 따르면서 남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동정을 자아낼 수 있는 수준의 겸손을(squalidity / pitiableness) 연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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