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일본은 지금 대지진으로 죽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편안하게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의 주어진 상황에서 각자가 때로는 죽음의 시간을 때로는 오르가즘의 시간을 보내며 산다.
그래야 살 수 있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아침 회의가 있었다.
아침회의시간 때마다 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주요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많은 인력으로 도대체 무슨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모르지만 꼴랑 차장하나 있는 내 팀이 언제나 인사처 업무보고의 주를 이루고 있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아마도 다른 부서 일들은 루틴하게 지속되어 딱히 논의할 게 없는 반면 내 일은 복잡하게 꼬여있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아침 회의에서는 지금 필드매니저들이 겪는 아픔에 대하여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렇지 않은 부분은 대체로 그들의 그런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생긴 거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책상에서 피상적으로(superficially) 머리로만 생각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도 현장을 다니며 그들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아픔을 직접 보아왔다.
김승환 처장은 내게 자신이 구리지점 요금관리팀 팀원으로 소속되어있는 회사 컴퓨터 화면을 직접 보여주었었다.
그는 매일 그 화면을 열면서 엄청난 상실감(sense of loss))을 느낄 것이다.
본부장을 하시던 분이 어느날 업무용 컴퓨터에서 최하 말단 직원 신분이 되어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는 순간 느끼는 상실감과 분노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육군 대장이 이병으로 강등된 느낌일 것이다.
난 그 이야기를 임대환 처장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김승환 처장 이야기를 예로들어 직접 설명하면 다른 팀장들이 금방 눈치를 챌 수 있기 때문이다.
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남의 상처를 쉽게 건드린다.
그것도 아무런 마음의 죄책감(feelings of guilt) 없이...
현상권 조직개발팀장의 말에서 가끔 그런 양상이 보인다.
너무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건 배려심이 없는 거다.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면서도 일면 사필귀정을(justice will prevail/ Truth wins out in the long run) 믿는다.
김승환 처장 면담에 따른 보고서를 작성했다.
어찌되었거나 무언가 제대로 된 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규정도 현실에 맞도록 정비하여야 한다.
그와 관련된 한 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었다.
오늘 출근하면 곧바로 처장과 전무에게 보고하여 결말을 지을 계획이다.
동기(who joined the company at the same time) 모임이 있었다.
나는 동기들에게 한 달에 한번씩이라도 얼굴을 보자는 제안을 했다.
일단 본사에 있는 동기들끼리 만이라도 한달에 한번씩 만나 얼굴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의도 다지고(promote friendship) 정보도 교환하자는 제안을 했었다.
다음에 만나는 날자는 그 자리에서(on the spot) 결정하여 핸드폰에 저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택했다.
밥값도 편안하게 두 사람이 나누어 내도록 했다.
지난달에도 내가 김시호와 함께 냈지만 이번 달에도 내가 이재우와 함께 절반씩 내었다.
일단 이렇게 모임을 이끌고 나가면서 우리 동기들이 이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되돌아보건대 나는 오늘 저녁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쓸데없는 남의 험담을 지나치게 많이 한 것 같다.
특히 정년연장시 장완성 처장과 전치형 노사업무실장이 내게 주었던 상처에 대하여 동기들 앞에서 그들을 비난했다.
내가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그들과 같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어지는 모순이 생긴다.
그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feel ill at ease)
교대역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스킨라빈스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너무 큰 것은 살이 찌기 때문에 가장 작은 6300원짜리로 샀다.
처음에는 어떻게 주문하는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어쨌거나 사탕 대신 그걸 사들고 집에 들어오니 집사람이 무척 좋아한다.
둘이서(together)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빨았다.
그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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