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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507 결국엔 내 뜻대로 결정됐다

by 굼벵이(조용욱) 2025. 3. 3.



5.7()

어제는 대체로 일진이 좋은 날이었다.

아침부터 일이 잘 풀렸다.

김병옥 차장이 가져온 보고서가 별로 고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아침 회의 때 정년퇴직 예정자와 관련하여 노무처와 옥신각신했던 사정을 현상철 처장에게 이야기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계획이라는 것가지 설명해 주었다.

현처장도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처장이 관리본부장실에 내려가 회의를 하는 동안 김차장에게 보고서를 수정하게 했다.

안전관리 담당만 실적이 없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그것을 1인당 인건비 기준으로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내게 행운이 따르는 것 같다.

만일 김차장이 해 온 대로 안전담당을 공란상태로 가져갔다면 김전무에게 한 소리 들을 뻔했다. 

김전무는 오히려 안전담당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실적도 좋다면서 좋아했다.

김병옥 차장에게도 그런 전무님 반응을 설명해 주어야 겠다.

그래야 앞으로도 내게 심하게 고집 피우지 않고 나의 수정지시에 순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dutiful/submissive)

김전무에게는 모든 정년예정자에 대한 직접적인 근태관리는 피하고 노조 간부 일곱 명에 대한 근태관리만 노무처 복수노조 T/F에서 집중 관리할(centralized management) 것을 말씀드렸다.

그도 결국 내 의견에 찬성했다.

결국 모든 게 내 뜻대로 됐고 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

 

큰누나로부터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엄마가 췌장(pancreas) 쪽에 있는 종양이 약간 자라긴 했지만 양성이고 암이 전이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훈교 박사는 통증의 원인을 그 종양으로 보고 있다.

그 종양이 간을 누르면서 통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증이 또 생기면 계속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단다.

아마도 이제는 수술이나 다른 종류의 치료를 더이상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시는 동안 그냥 편안한 노후를 맞게 해드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83세면 사실 만큼 사셨다고 보는 듯하다.(has lived long enough)

저녁은 집에 들어와 집사람과 죽(porridge) 한 그릇으로 때웠다.

물론 소주 반 컵도 곁들였다.

 

잠자는 도중에 경신이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두시가 넘었다.

이어서 집사람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한다.

통화내역을 들어보니 녀석이 태블릿 PC를 잃어버렸고 그걸 택시 기사가 주워 관악 지구대에 맡겨놓아 지구대에서 집사람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집사람이 그걸 찾으러 갔다 오는 소리까지 들었다.

녀석은 술이 취해 12시 반에 전철이 끊어졌다며 엄마보고 데리러 오면 안 되겠느냐는 전화를 했었단다.

 

아이들 자라는 모습이 한심(feel pathetic)하기 짝이 없다.

집사람의 아이들 교육 방식에 문제가 많다. 

술이 잔뜩 취해서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모른다.

집 근처 고시원 화단(flower bed)에 쭈그리고 앉아 잠이 들어있는 녀석을 집사람이 데리고 들어왔단다.

아마도 교대 정문앞까지는 택시를 타고 온 듯하다.

난 아무리 술이 취해도 그렇게 위험하게 잠이 든 적은 없다.

할아버지 무덤을 베게삼아 자본 적은 있지만 말이다.

이 녀석이 술버릇을 잘못 들였다.

많이 먹는 술이 잘 먹는 술인 줄 착각하고 있는 거다.

그것으로라도 남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긴 내 어린 시절도 그랬었다.

녀석에게 어떻게 마시는 술이 잘 마시는 술인지 다시 한 번 제대로 가르쳐주어야 할 것 같다.

남들과 같이 마시면서도 절대 남들보다 많이 취하지 않는 게 잘 마시는 거다.

그걸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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