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금)
아침부터 김종호 전무가 부른다.
정년퇴직예정자에 대한 처리 문제 때문에 권춘택 처장과 김성윤 부장을 이미 불러 놓은 상태이다.
그들은 내게 대책을 묻는다.
나는 일부러 중언부언(say sth repeatedly) 횡설수설(blabber)했다.
나라고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가 할 일이란 복수노조를 막는 일이 아니고 성과를 올리는 일인데 자꾸만 내게 복수노조를 막는 일에 앞장서라니 나로서는 미칠 노릇이기 때문이다.
내가 머리는 빌려 줄 수 있지만 몸을 빌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직무명세서상 내 본업도 아니다.
이런 골치아프고 전례없는 새로운 일만 터지만 노무처는 늘 이런 식으로 의존적이다.
김종호 관리본부장조차도 노무처장 출신임에도 노무처 일을 내게 의지하려 한다.
미칠 노릇이다.
어쨌거나 일단 내가 현장실태를 파악하기로 했다.(get information)
사무실로 돌아와 사업소 총무팀장들에게 전화를 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문제없이 잘 근무하고 있다는 보고다.
노무처 입장에서는 그들이 회사를 상대로 진정을 하고 있기에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적대적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오히려 우리가 감싸 안아야 할 불쌍한 사람들이다.
후배들에게 의존하며 빌붙어 산다(sponge off mooch off)는 게 얼마나 비참하고 괴로운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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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구 처장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안광석 부장이 허경구 처장을 모시기 위해 허처장에게 자리를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을 묻자 나를 지목한 것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 그를 한껏 칭찬해 주었다.
칭찬 받아 마땅한 분이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는 주로 안광석 부장이 말을 이어갔다.
그의 대화 속에 내가 들어설 틈은 거의 없었다.
그의 말 속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 생각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면 올바른 것에 대한 지향으로 읽혀질 수도 있지만 자신의 기준에 부적한 것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의 마음속에는 강한 anti 의식이 살아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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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는 일찍 아침을 먹고 어머니가 입원하고 계신 빈센트병원엘 갔다.
어머니는 정신적으로는 무척 건강하시다.
입원실엔 발을 들여놓지 않으시고 하루 온 종일 병원 휴게실에(lounge) 앉아 이것저것 참견하신다.
엄마는 환자음식이 싫어서 병원 구내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신다.
참 유별나신 분이다.
하지만 병원 식당 문 앞에는 감염 예방을 위해 환자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off limits)
나오는 길에 그걸 읽게 해 드렸다.
저녁에는 재우랑 하나가 왔기에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조카들을 함께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조카들과 맥주잔을 나누었다.
재우에게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많이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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