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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조행기

[스크랩] 포인트를 찾아라!

by 굼벵이(조용욱) 2007.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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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더러 잠이 깨기는 하였지만 다른 견지전야에 비하여 비교적 잠을 편히 잔 것 같다.

새벽 여섯시에 예외 없이 사이버준님과 만나 예의 24시간 숯불갈비 집에서 아침으로 김치전골을 먹었다.

양푼이 비빔밥을 먹으려 하다가 옆 손님들이 먹는 김치전골이 무척이나 맛있게 보여 메뉴를 바꾼 것이다.

김치찌개를 좋아해 여러 군데를 먹으러 다녀보았지만 김치찌개를 숯불에 내어오는 집은 처음이다.

역시나 묵은 김치의 강한 신맛이 태고적 그리움을 자극하는 바람에 아침 정량을 초과하고 말았다.

살면서 때론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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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준님과 두런두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임진강에 도착한 시간은 8시 조금 넘어서다.

임진강 물은 이미 견지의 한계를 넘어 있었다.

큰물 조상덕 선배님의 권유에 따라 한탄강으로 기수를 틀었다.

한탄강 역시 물빛이 별로지만 그나마 임진강 보다는 나은 편이다.

내가 아랫여울에서 마자 몇 마리와 돌돌이 한 마리를 잡는 동안 큰물님은 혼자 다리 밑에서 멍짜를 한 수 건져내셨다.

멍짜의 행운은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인내심을 가지고 홀로 묵묵히 걸어갈 때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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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차탄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진강과 합수되는 차탄천 하류지점은 C자형으로 휘돌면서 작은 바위섬을 중심으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임진강과 거의 맞닿는 지점에 조사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내가 봐도 그곳은 대물을 한번 노려볼만한 포인트인 것 같다.

이미 여울이 꽉 찬 상태였으므로 다른 포인트를 한번 찾아보았다.

작은 섬으로 갈라지기 직전의 한 부분에서 흘리면 그래도 무언가 물어줄 것 같아 포인트를 찾기 시작하였다.

수장대를 박고 썰망을 설치한 다음 줄을 흘리는데 웬걸 낚시 줄의 방향이 썰망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추를 수없이 바꾸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지만 도저히 그 방향을 맞출 수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물이 C자형으로 회돌면서 겉 물살과 속 물살의 속도나 흐름의 방향이 완전히 달랐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세 군데나 옮겼다.

마지막에 그럴듯한 포인트를 찾아 줄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줄도 일정 위치를 벗어나면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의 정확한 위치까지만 줄을 흘려야 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인생 포인트라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자신의 포인트를 찾아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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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끝에 찾은 포인트에서 제대로 한번 승부를 볼 거라며 막 줄을 흘리고 있는데 사이버 준님이 신호를 보낸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아 여울 상황이 좋지 않으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그나마 그곳에서 적비 한 수 건졌다.

거기서 계속 했다면 그래도 한 두수 더 올렸을지도 모른다.

아랫 여울에 들어선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보겠다며 그 자리로 옮겨보았다.

계속되는 입질로 긴장 속에 기다려 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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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포인트를 잘 찾아야 한다.

내 스타일에 맞는 인생의 물골을 잘 찾아야 하고 내 낚시 바늘의 위치도 대물이 물어줄만한 곳에 놓아야 한다.

우리는 종종 하늘을 원망한다.

나는 왜 이리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느냐며 애꿎은 하늘 탓을 한다. 

내 짧은 인생 소견으로는 아마도 이는 전혀 포인트가 아닌 곳에서 줄을 흘리며 대물 누치를 바라는 견지꾼과 똑같다는 생각이다.

인생의 행운은 결코 거져(for nothing)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견지꾼이 여러 여울을 다니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물골과 포인트를 보고 줄을 흘리는 방법을 알아내듯 고된 훈련과 노력을 통해 자기만의 성공방정식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행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찾아내는 것이다.

고 선배님들도 많은데 내가 너무 건방지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출처 : 여울과 견지
글쓴이 : 굼벵이(조용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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