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이 에게
오늘 출근하자마자 우편을 확인했는데 '전달완료'로 나타났더라.
기분이 괜찮더구먼.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아빠가 쓴 글을 읽어내려가는 장한 내 큰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기분이 좋더라.
네가 학교에 다닐 때도 아빤 네게 많은 편지를 보내고 싶었지.
하지만 너나 호신이는 아빠에게 한번도 답장을 주지 않더구나.
야속한 녀석들....
아빠가 말로 하기 힘든 이야기들은 글로 적어 너희들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하기 위함이었지.
그러나 늘 대답없는 메아리로 돌아왔고
그건 내게 늘 섭섭함을 안겨다 주었지.
아빠 노릇 제대로 못하지만 너희들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속타는 마음을 글로 적어보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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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이 녀석은 이번에도 고집피우며 저 혼자 공부해 보겠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지난 방학과 다름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부는 자기 스스로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지.
의지가 없는 아이한테 학원이다 뭐다 보내봐야 의미가 없다는걸 잘 알기에 나는 호신이 생각을 존중하고 있지.
오늘 아침에도 식사하면서 율곡 이이선생의 '혼자 있을 때를 삼가라' 라는 교훈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고 나왔는데 마음으로 듣지 않고 한쪽 귀로 건성 건성 듣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라도 네가 네 경험에 비추어 좋은 조언을 해 주기 바란다.
호신이 녀석은 내 말보다는 네 말을 더 잘 듣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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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늦은 폭설로 훈련 받는데 어려움이 많지?
그래도 넌 한겨울에도 얇은 옷 하나만 입고 다닐 정도로 씩씩했잖아.
엄마가 너 감기 걸려서 기침할까봐 걱정하더라.
너 기침하면 같은 내무반에서 함께 자는 동료들 잠 깨울까봐 걱정하기도 하고.ㅎㅎㅎㅎ
내 생각엔 훈련 받느라 긴장해서 감기도 안걸리리라 믿는다.
화장실은 익숙해 졌니?
처음에는 불편해도 훈련되면 괜찮아지는 법이란다.
매일 서너번씩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는 습관도 다 고쳐야 하고 스스로 빨래도 할 수 있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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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익숙하지 않은 것에 많은 불편함이 있겠다만 다 삶에 도움을 주는거라 생각하고 몸과 마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습을 하거라.
어차피 인생은 끊임없는 훈련(연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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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네가 앞으로 사회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군에서도 네 학과에 맞는 주특기를 부여받았으면 좋겠다.
전기 주특기는 없지만 통신 주특기가 아마 전기와 유사할거야.
네가 통신 주특기로 군에서 경험을 쌓는다면 사회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적성(주특기) 면담 할 때 말씀 드려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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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스러울만큼 해맑은 영혼을 가진 우리 경신이가
강한 친구가 되어 아빠랑 힘차게 hug 할 날을 기다리며...
2008.1.23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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