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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호신아 7

by 굼벵이(조용욱) 2010.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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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제주를 다녀왔다.

제주에 평화연구원이 있는데 세계 평화 특히 동남아 지역의 평화를 위한 허브를 제주지역에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지.

이 좋은 계절에 공부만 하는 것 보다는 생동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의미가 있기에 그런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같더구나.

마침 아이들 수학여행 계절이어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인산인해를 이루더라. 우리 때는 수학여행을 서울 창경원으로 왔었는데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제주도 여행을 하니 세상이 많이 바뀐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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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춥지는 않니?

매일 훈련을 받느라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지?

훈련병이란 늘 춥고, 배고프고, 졸린 법이야.

그래서 훈련병 가운데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없단다.

쓸데없는 생각을 할 겨를을 주지 않기 때문이지.

우울증의 근본 원인은 극단적 사고에 있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에(주로 사춘기)에 합리적이지 못한 신념체계를 구축하여 ‘반드시 ~해야만 돼, ~이어야만 해’따위의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증세야.

한마디로 융통성이 없는 거지.

군에서는 많은 전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합리적 사고, 즉 융통성을 배울 수 있단다.

즉 자기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거지. 그게 이해심이고 배려심이야.

이 글을 읽는 이 순간 얼굴에 인상을 쓰며“그런데 아빠는 왜 늘 아빠의 생각을 내게 강요 했어요?”라고 묻는 네 모습이 떠오른다.

그게 가정과 사회의 차이점이란다.

사회에서는 네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치는데 한계가 있지.

오로지 가정에서만 가능한 인성교육들이 있어.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거야.

예전에는 결혼을 할 때 반드시 상대방 가문의 전통이나 부모의 사람 됨됨이를 보고 혼인 여부를 결정했단다.

올바른 가정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올바른 가정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 중에서도 가정의 리더인 아버지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고 어렵단다.

대부분의 아버지는 자신은 옆으로 걸으면서 자식들에게는 똑바로 걸으라고 하는 ‘게 가족’의 아버지와 비슷하지.

자신은 부족해도 아이들은 똑바로 키우고 싶기 때문이란다.

너도 아빠에게서 그런 모순을 많이 발견했을 거야.

아빠들이 왜 그런 모순적인 행동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려고 애를 쓰는지는 네가 나중에 커서 아빠가 된 후에나 직접 경험을 통해 느끼고 이해하게 될 거야.

그래서 세상의 아빠들은 늘 외로운 거고.

서로 바쁘다 보니 너를 만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곤 아침 밥 먹는 밥상머리에서 밖에 교훈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어 늘 네 밥맛을 떨어지게 했을 거야.

그 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네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아빠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빠는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단다.

회초리로 때려서라도 올바른 길을 가게 할 수 있는 곳은 부모 밖에 없단다. 그래서 가정이 중요한 거고.

아빠의 잔소리는 네가 군에 가 있더라도 계속 될 거야.(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군 생활을 통해 조금이라도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여 멋진 사나이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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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임진강에 낚시를 가서 대박을 터뜨리고 왔단다.

연초록이 너무 예뻐서 그냥 집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지.

57센티미터 짜리 잉어 한 마리 외에 50센티가 넘는 누치 열 마리를 잡았어. 잉어는 누가 약한다고 해서 주고 나머지는 모두 강으로 다시 돌려보냈어.

금년 낚시가 멋지게 시작한 만큼 금년 운세도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늘 몸조심해라

2010 4.26. 아침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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