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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Me before you (조조 모예스 작, 김선형 옮김)

by 굼벵이(조용욱) 2019.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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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를 적은 건 그녀가 너무 맛깔나게 번역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설이 있다니....

책을 읽는 내내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는 느낌이었다.

글안에 어린애 같은 순진무구함이 촘촘히 박혀있다.

표현은 얼마나 재미있고 보석 같은지...

보석이라기보다는 아침 햇살에 빛나는 맑은 이슬방울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내가 밑줄 그은 표현만 보더라도 작가의 글 솜씨와 역자의 번역 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랑이야기를 접한 것 같다.

죽을 수밖에 없는 남자를 사랑하고

그 사랑에 감동했지만 사랑했기에 죽을 수밖에 없는 남자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일종의 신데렐라  이야기여서 슬프지만 신데렐라 같은 성공과 행복이 단단하게 백업되어있다.

나도 이런 류의 글을 쓰고 싶다.

작가는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하지 않고 크로와상 속살같은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숨어있다.

  

  *******************

그는 하는 말이나 행동을 전부 다 꼬아서 사람 멍청이 만드는데 기가 막힌 재주가 있었다.

 

그 방에 다시 들어가느니 차라리 동상으로 손가락 두개쯤 절단하는 편이 낫다 싶었으니까

 

치졸하게 침을 뱉듯 창유리에 빗물이 튀었고 영영 해가 다시는 뜰 것 같지 않았다.

 

네이선은 인간의 모습을 한 장갑차 같았다.

 

세상의 하얀 생크림을 두껍게 바른 케이크처럼 변해있었다.

소용돌이치는 하얗고 도톰한 눈송이들이 영원처럼 까마득한 회색구름 속에서 튀어나와 그란타 하우스를 뒤덮고 소리를 싹 지워버리는 바람에 온 세상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느껴졌다.

 

그의 귀를 핥고 조근 조근 깨물 생각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바싹 붙을 일이 없으리라

 

여기서는 내 마음속의 생각들이 들렸다.

심장 박동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게 내심 좋아서 깜짝 놀랐다.

 

하룻밤 자고나자 봄이 왔다.

마치 겨울이 박대 받은 손님처럼 작별인사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이런, 세상에 홍차 타는 것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뭐 이렇게 더럽게 맛없게 만드나."

"그쪽 입맛이 레즈비언 홍차에 워낙 맛이 길들여 있어서 그렇다고요."

 

화초들의 아름다움이 음탕한 모욕처럼 느껴졌다.

 

우리 엄마가 우리를 안아주었던 것처럼 온 힘을 다해서.

 

전 세계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언니만큼 유치한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토머스 새끼손가락이 차라리 나보다 더 철이 들었다고 일렀다.

 

발정 난 고양이처럼 달려드는 소리를 도저히 더는 못 듣겠다.

 

현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를 구구절절 실감하게 하는 일이 뭔지 알아?

 

신나는 가족소풍을 한번 계획해보면 알게 될 걸

 

난 그 애에게 아무래도 서른 남짓 돼서야 집에 들어 갈 것 같다고 엄마아빠께 전해달라고 말했다.

 

음악이 마음속에 꼭꼭 잠겨있던 감정들을 풀어내고 작곡가조차 예상치 못한 곳으로 떠나게 할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아하, 그럼 이제 닭이 퍼덕이다 지쳤는지 한번 볼까

 

인생은 한번 밖에 못사는 거요.

한 번의 삶을 최대한 충만하게 보내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요.

 

나는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밑도 끝도 없이 어디서 거대한 덩어리 하나가 치밀어 올라 목구멍을 꽉 막아버리는 바람에 도저히 무슨 말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모두 각자의 삶에서 크나큰 사건들을 겪고 있을 터였다.

 

혹시 죽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있다는 걸 자기 자신에게 새삼스럽게 깨닫게 하려는 걸까?

 

내 뱃속에 살랑거리는 나비 몇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여자들이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반짝반짝 잡지의 한 페이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지.

 

두 사람은 마치 이빨을 드러내야할 때를 살피면서 서로 마주보고 빙빙 돌고 있는 개 두 마리 같았다

 

모두들 만사가 거의 즉각적으로 자기 뜻대로 돌아갈 거라고 예상하면서 성장했으니까 다들 자기가 선택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 기대하지요.

특히 윌 처럼 성공을 거둔 사람은 더 그렇고.

그래서 시간이 걸린답니다.

 

남자들은 꼭 전기 처형이라도 당하는 꼴이었고 여자들은 뾰족한 손끝으로 하늘의 별들을 꼭꼭 찔렀는데 하다못해 빙글빙글 한번 돌더라도 끔찍하게 자의식적인 몸짓을 했다.

 

곰이 숲에서 오줌을 싸냐고 물어보지 왜.

 

나는 그 사람한테 너무 고마운 나머지 엉엉 울 뻔했다.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워서 일어나 보니 반들반들한 잡지책자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가 뭔가 맛있는 음식인양 체취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윌이 침묵에 대고 말했다(침묵을 깼다)

 

내 자신에 대한 책임까지 다 놓아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미소를 병에 담아 간직하고 싶은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풀은 대머리 남자의 몇 가닥 안 남은 머리카락 마냥 시들시들 했다.

화분의 꽃들은 마치 반쯤 가을을 준비하는 듯 패배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정말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

입 밖으로 나온 그 말밖에 내가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었다.

"보고 싶었어요."

 

그에게서는 은은한 삼나무 향기가 났다

 

어딘가에서 그의 아주 작은 입자들이 소화되고 삼켜져서 살아있는 채로 영원히 내 몸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 몸 아주 작은 한 조각까지 그의 몸에 밀착하고 싶었다.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당신은 내 심장에 깊이 박혀져 있어요 클라크.

처음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그랬어요

그 웃기는 옷들과 거지같은 농담들과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숨길 줄 모르는 그 한심한 무능력 까지.

이 돈이 당신 인생을 아무리 바꾸어 놓더라도 내 인생은 당신으로 인해 훨씬 더 많이 바뀌었다는 걸 잊지말아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아마 파리의 웨이터들은 카페에서 우는 여자들한테 친절하게 대해주라는 훈련을 받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