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6.19 우리나라가 월드컵 축구 8강에 진출하다니!
어제는 한국역사에 기록될 참으로 엄청난 날이었다.
축구하면 유럽이고 그 중 이탈리아는 유럽 최강 팀 중 하나다.
그런 이탈리아를 한국이 눌렀다.
감히 누가 이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아침부터 CK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은 자신의 승진을 자축할 겸 예전에 인천 사업장에서 같이 근무하던 친구들이랑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내게 그 자리에 동석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형이 나를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초청에 거절할 수는 없었다.
형은 나보다 4살이나 나이가 많은데 나랑 같이 입사했다.
1983년에는 입사 연령이 30세로 제한되어 있었고 제한연령 꼭지점에서 입사했기에 호적상으론 나랑 6년이나 차이가 난다.
부모님이 훌륭한 머리를 주셨지만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충남지역 명문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사기업에 다니다가 주경야독으로 야간대학을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대졸수준 사원으로 다시 우리공사에 입사한 것이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조금 남아있지만 당시만 해도 어느 조직이든 고졸수준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사기업은 그게 더욱 심했다.
그러다 보니 고졸수준으로 사기업에 다니다가 다시 대졸수준으로 입사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성장기 때 제대로 먹지 못해 키는 나보다도 작고 얼굴이 오종종한 느낌을 주지만 무척이나 성실하고 근면하다.
그는 나의 도움을 받아 G부서로 이동했고 자회사를 분리할 때에 G부서가 J회사 조직으로 편입되어 그회사로 전적되었다.
K사에 근무하는 동안 그는 사무직 중심의 조직에서 지나치게 세속적인 사람들 틈에 끼어 천대를 받으며 승진 속알이를 하다가 기술직 중심의 자회사로 전적했고 운 좋게 그의 순수성과 성실성을 인정해 주는 귀인을 만나 이번에 부장으로 승진하게 된 것이다.
그는 너무 기쁜 나머지 이 사실을 먼저 내게 알리기 위하여 여러 차레 전화했었다.
당시 K사의 승진 환경은 정치권 이상으로 온갖 술수가 난무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장은 임기 3년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평균적으로 2년마다 교체되었고 내부에서 선임된 상임이사 또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누구 하나 이의를 달지 않고 가슴에 멍을 안은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인사권자가 진정 내 회사로 생각하고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란다면 조직 발전에 필요한 사람 중심으로 선발해 적재적소에 보직하지만 이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경우에는 당장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 중심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상당수는 장관 자리를 자신의 종착역으로 생각하고 잠시 거쳐가는 간이역으로 K사를 생각하는 CEO들이 꽤 많았다.
이런 분들이 모두 정치적으로 선임되다 보니 구조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정치색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 그런 K사의 승진 현실 속에 부대끼며 여러 사람으로부터 가슴에 상처를 안고 P산업 구조개편시 J사로 가 다행히 그의 순수성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승진의 영광을 안게 되었으니 그 기쁨이 남달랐을 것이다.
먼저 1차로 CK 형, GC 형 그리고 ET와 남원 사철탕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어서 대 이탈리아 전 축구를 함께 관람하기 위하여 적당한 생맥주 집을 찾아보았지만 이번 게임이 보통 이벤트가 아니어서 모든 생맥주집이 꽉꽉 들어차 자리를 구할 수 없어 결국 격에 안 맞게 횟집으로 가게 되었다.
연장전에서 우리가 한 골을 넣자 횟집 사장은 기분이 극에 올라 우리가 먹은 맥주 일체를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는 나와 동향인 듯한 사투리를 썼는데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 전형적인 우리네 한국인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포장되지 않은 자연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행동, 이를 우리는 감성이라고 부른다.
이성은 언제나 자신의 다른 쪽 ‘감성’을 우러르게 되어있다.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 > 20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0628 누구나 말 타면 종마 잡히고 싶다 (0) | 2021.02.18 |
---|---|
20020627 아내에게 꼭 하고 싶은 말 (0) | 2021.02.17 |
20020624 낚시 (0) | 2021.02.16 |
20020621 홍등가의 거미 (0) | 2021.02.13 |
20020618 이제부터 나는 새로운 나만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한다 (0) | 2021.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