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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627 아내에게 꼭 하고 싶은 말

by 굼벵이(조용욱) 2021.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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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6.27 : 아내에게 꼭 하고 싶은 말

 

부부생활 만큼 어려운 삶도 없다.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을 한 침대에 몰아넣고 같은 생각으로 평생을 살아가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역사, 종교, 문화, 이념이 다른 민족 간 서로 끊임없는 분쟁이 일어나듯 부부는 늘 그렇게 다른 생각으로 부대끼며 산다.

이혼이나 사별 없이 수 십 년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죽음 같은 인내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 사회는 앞으로 가면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질 것이고 그게 정점에 이르면 결혼제도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부모의 인내와 따뜻한 사랑 없이 양육된 아이들은 점점 더 결혼생활의 아픔을 참아내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앞으로 아이들은 부모가 키우는 것이 아니고 국가나 사회가 키울 것이고 궁극에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보듯 사람을 공장에서 배양해 내는 것이나 진배없게 될 것이다.

결국 결혼은 미친 짓이다.

어차피 사회질서와 종족번식을 위해 이 시대에 잠깐 풍미하는 제도일 뿐이다.

인간의 천부적 자유를 억압하고 본성을 해하는 만큼 내 아이들에게는 억지로 결혼하라고 하지 않을 생각이다.

 

엊그제 아내가 내게 심한 불만을 토로했다.

큰아들 숙제를 위해서 내 컴퓨터를 사용하려고 하였으나 내가 설정한 보안장치 때문에 인터넷을 열지 못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부부지간인데 내가 집사람 몰래 컴퓨터 안에 무슨 큰 비밀이라도 감추고 있는 것처럼 생각해 더욱 섭섭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아내에게 여러 번 컴퓨터 사용을 권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지레 겁을 먹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컴퓨터에 보안장치를 하지 않으면 해킹 등 많은 문제점이 있기에 나는 임의로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았었다.

내게 연락을 취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으면 될 일을 그녀는 나를 의심하고 내게 불만을 터뜨린 거다.

난 그동안 서로간에 Privacy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었다.

비록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침범할 수 없는 선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지키고 키워가는 것은 창조주가 내게 부여한 삶에 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각자의 천부적 삶의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동안 체면이나 부끄러움, 각종 사회규범, 기타 여러 가지 주변 상황에 의하여 나만의 독자성을 잃고 살았다.

이제는 그것을 찾고 싶다.

아내에게서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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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HC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내 전화를 받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 녀석이 그동안 나를 얼마나 심하게 오해했었던가!

나도 그러는 그 녀석을 얼마나 미워했었던가!

무의식중에 발생한 나의 사소한 부주의가 그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고 그 상처가 불러온 엄청난 감정의 회오리로 서로 얼마나 힘들어했던가!

그러던 그가 엄청난 나의 팬이 된 것이다.

언젠가 무척이나 화가 나서 LYK에게 내뱉은 말로 인해 생긴 그와의 감정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 그 녀석에게 가까운 날에 소주 한 잔 하자고 해야겠다.

감정의 벽은 쌓아서도 안 되지만 쌓인 벽은 하루 빨리 허무는 게 좋다.

그 벽은 시간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왜곡되고 경화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