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8.11(일) : 무테안경
아침부터 숙취로 부대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의자에 앉아있기조차 힘들어 바로 충원부 창고로 향했다.
어둠침침한 창고에 처박혀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데 YMH가 내 핸드폰을 울렸다.
처장님이 급히 찾으신다는 전갈이다.
대충 매무새를 정리하고 처장님을 찾으니 파견자에 대한 우리회사와 자회사의 인건비 차이를 물으셨다.
관련사항을 파악하여 보고한 후 노사협의회 안건을 조금 정리하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주말에 출근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PC로 딴짓하며 한가로움을 만끽하는데 나는 항상 주말이 더욱 바쁘다.
왜냐하면 조용하고 전화도 없을뿐더러 찾아오는 손님이 적어 업무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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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팀장이 점심식사로 비빔밥을 먹고 싶어 해 우리는 일우별관으로 향했다.
나를 포함한 4명은 국수전골을 먹었고 Y팀장과 JHJ은 비빔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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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K 과장은 벌써 노안이 왔는지 돋보기안경을 쓰고 있다.
16일에 있을 노사협의회 시나리오 구성 때문에 왔다며 상황을 묻기에 나는 이제 노조 요구에 지쳐서 더이상 저항할 힘조차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사실무위원회 관련사항은 내가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써 주겠노라고 했다.
대충 노사협의회 의안 검토를 마치니 퇴근시간이 되었다.
마침 오늘은 Y팀장이 와이프를 불러 와이프 차를 타고 가는 바람에 그를 바래다 주어야 하는 불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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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곧바로 JMR이 회사로 향했다.
그는 또 어제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의 친구이자 회사 부하직원인 사람과 열심히 업무협의를 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그는 전형적인 참모형 스타일의 사람처럼 보였다.
매우 조심스러운 어투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비굴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기에 그는 MR이의 경영스타일에 매우 잘 맞는 사람인 듯했다.
MR이는 폭군스타일 주도형 경영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일의 경영자는 운 좋아 한때 성공가도를 달릴지 모르지만 종국에는 반드시 실패한다.
그나마 그가 MR이가 갖지 못한 품성으로 뒤에서 꼼꼼하게 보조하면서 조화로운 콤비네이션을 이루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친구이면서 MR이를 대하는 모습이 엄격한 주종의 관계인 것처럼 보여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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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문한 렌즈로 안경을 맞춘 후 요즘 유행하는 무테안경을 하나 써보고 싶어 새로 신청하였다.
렌즈가 매장에 비치되어있지 않아 새로이 주문하여야 하므로 월요일에 찾기로 하였다.
MR이가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해 매장 옆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순대국을 먹었다.
안경대금으로 총 23만원을 지불했다.
좀 많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어디 친구가 속이기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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