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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124 무두일

by 굼벵이(조용욱) 2021.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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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 24()

 

오늘은 Y가 결근을 했다.

말로는 토사가 나서 병원에 간다고 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전날에 동문 친구들 만난다더니 출근도 못 할 만큼 지나치게 술을 마신게 아닌가 싶다.

그가 없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자유롭다.

샐러리맨에게 무두일 만큼 즐거운 날도 없다.

그가 없자 처장님이 직접 내 자리로 와 오지, 벽지 근무 직원 사기진작 방안에 대하여 당신이 초안 잡으신 사항을 전하며 누가 검토했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나는 과장들을 집합시켜 누가 종합보고서를 만들 것인지에 관한 회의를 진행했다.

일단은 직원담당인 S과장과 관련이 가장 많으니 S과장이 주관하라고 했다.

S과장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제 처장님이 나와 나눈 이야기도 그렇고 K과장이 부사장 실 앞에서 들었다는 처장님과 부사장님 사이의 대화 중에도 처장님은 그 일을 내게 맡기고 싶은데 내게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꺼리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사장님께는 처장님이 이미 조과장이 이와 관련한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는 내가 종합하여 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

S과장에게도 나중에 내가 종합 보고하겠다는 이야기를 비추었다.

부장이 없었으므로 점심에 사철마을에 가서 보신탕을 먹었다.

나는 고기 중에 보신탕이 가장 맛나다.

밥 먹으러 가는 노상에서 과장들은 어차피 마실 술이라면 Y처럼 우리끼리 마시려 하지 말고 차라리 다른 처실 사람을 대접하는 게 더욱 낫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Y가 그동안 너무 자주 특별한 사유 없이 우리끼리 마시는 술자리를 마련하며 낭비가 심했던 것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던 듯하다.

어차피 마실 술이면 처장님이나 전무님을 모시거나 다른 처 실 사람들을 대접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스럽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그 안을 제기했지만 Y에게 함부로 말을 꺼내기는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모른 척하고 한 번쯤은 지나가는 말로라도 그런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주무과장들과 협의해 한 번씩 본사 처장들과 자연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내가 밥값을 내려 했더니 신과장은 부 공동비용으로 처리하자고 극구 말리는 바람에 꺼냈던 카드를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

*************

노사협의회 결의 안건(기능직 명칭변경)에 대한 규정 개정안을 검토했다.

*************

 

저녁에 퇴근을 하려는데 K과장이 저녁이나 먹고 가잔다.

그러지 않아도 부장이 먼저 예약해 놓은 날이어서 달리 약속이 없었으므로 K과장, Y씨와 셋이서 일미 쌈밥집에 갔다.

거기서 소주를 3병 마셨다.

우리는 종교와 철학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색즉시공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세상 만물은 궁극적으로는 하나라고 하는 하나님 이론을 설했다.

나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내면에 침잠하면서 내가 담배를 끊은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Y가 부처 이야기를 하면서 일면 내게 존경심까지 내비쳤다.

옆 좌석에서는 OO콤 직원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며 계속 fucking kepco를 외쳐댔다.

그들도 나름 불만이 있어서 그런듯한데 듣는 우리는 영 거북하기에 부지런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택시를 타고 오다가 K과장에게 한잔 더하고 가자고 하였다.

K과장은 눈치가 무척 빠른 사람이기에 그러면 한잔만 더하자면서 나를 따라왔다.

WAX에 들러 맥주 500CC를 세잔 나누어 먹었다.

K사장은 내 옆에 앉아 친절하게도 안주인 멸치의 머리와 내장을 벗겨주었다.

K사장은 마음의 정리를 한 것 같다.

나도 그와의 우정을 지켜나갈 것이다.

술값으로 18000원을 낸 후 못내 아쉬워하는 눈길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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