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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321 승진발표

by 굼벵이(조용욱)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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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3. 21() 승진발표

나는 이미 사전에 승진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놓았다.

하지만 마지막 발표가 있을 때까지 절대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승진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삐끗하면서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상황이 바뀌면서 사장이 비토를 놓는 경우도 있다.

승진발표가 임박해 오는 듯해 오후 4시에 일부러 OOO Korea에서 진행하는 PDB에 참석했다.

왜냐하면 직감적으로 Y가 승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떨어지고 나만 승진할 경우 그 불편함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PDB는 핵심인재 양성을 주제로 열렸다.

K상무가 자꾸 나를 끌어들이면서 우리회사 케이스가 주로 거론되었다.

토론회가 끝나고 막 건물을 나서는데 KSH로부터 승진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급하게 부장의 소식을 물으니 역시 나의 예상대로였다.

회사에 도착해 먼저 전무님 방으로 갔다.

여러 사람이 전무님 방 앞에서 대기하며 기웃거리고 있었다.

전무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처장님이 막 들어오시기에 처장님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사무실 분위기는 Y의 비보로 엄청 썰렁했다.

덕분에 나는 승진인사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

같이 저녁이나 하자는 나의 제안에 그는 그냥 집으로 가겠다고 해 KM과장에게 부탁해 그를 보내고 실무반에 다녀온 KY, LJ과장 그리고 L, P와 함께 맑은 물 나루터에서 50세주로 승진 축하주를 마셨다.

또 도가 지나치게 마신 모양이다.

2차를 갤러리로 갔는데 무슨 짓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없다.

아마도 긴장이 풀리면서 거기 가서 잠이든 모양이다.

계산을 하고 나와 택시를 타려 하는데 P가 맥주를 한 잔 더 해야 한다고 나를 잡아 끌었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맥주를 더 하자고 고집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고 나라고 한다.

잠시 잃어버린 기억에 맥주 한 잔 더하자고 우긴 것이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참 큰일이다.

알콜성 치매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