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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320 보고서를 만드는 방법

by 굼벵이(조용욱)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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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3. 20()

파견자 동향에 대하여 경영간부회의에 보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해 달라는 처장님 지시를 받고 곧바로 K위원장에게 내려갔다.

K위원장은 파견자의 복귀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입에 거품을 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가 중간중간 끼어들어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많았지만 인내를 가지고 오히려 추임새를 넣어가며 들어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하여 앞으로 그들이 전개할 투쟁계획을 알아내 보고서를 만들었다.

 

승진발표를 놓고 전화가 빗발쳤다.

짜증 날 정도로 전화가 많이 왔다.

생전 전화 한 통 없다가 철이 되면 한 번씩 전화하는 사람부터 매일 여러 번씩 전화하는 L과장 같은 사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승진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중에 제일 반가운 전화는 퇴근 무렵 걸려 온 P형 전화다.

저녁에 소주나 한잔 하잔다.

K대 멤버들 C형과 O과장 그리고 J과장이 나와 있었다.

우리는 일미 쌈밥집에서 소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nox에서 양주를 한 병 마신 후 헤어졌다.

P형을 보면서 많은 느낌이 든다.

그는 내가 직원 시절에 가끔 어울려 술 한 잔씩 하던 사이인데 그때는 포부가 커서 이회사에서 적어도 부사장은 할 것이라며 내게 자신 있는 삶을 보여주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백발이 성성한 채 아직도 직원 신분으로 정년을 8년 앞두고 있다.

나는 그에게 우선 급하게 1주일짜리 직무교육부터 다녀오라고 했다.

곧 개시될 OO승격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OO OO승격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결격사유가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나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승진이 불가능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