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9. 9(화)
처장님이 내 자리에 오셔서
“이달 말쯤 바쁠 것 같으냐?” 하시기에
“그럼요, 늘 바쁘죠!” 했더니
“그럼 해외 갈 시간도 없겠네?” 하시는 거다.
나는 곧바로
“아, 그건 가야죠!” 했더니
“바쁘다는 사람이 어떻게 해외에는 갈 수 있냐?” 하시면서 농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 나의 해외여행이 결정되었다.
노사합동 연수에
‘너 밖에 갈 사람이 없다’며 나에 대한 무한사랑을 내비치신 거다.
처장님이 갑자기 전화해 처장실로 와보란다.
며칠 뒤 사장님 생일인데 모르면 몰라도 알게 된 이상 뭐라도 해야 하는데 선물은 할 수 없고 이메일 카드를 하나 만들어보았다며 디자인하고 멘트를 좀 봐달라신다.
카드의 배경음악으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넣었다.
눈치빠른 처장님이 지난 마라톤대회 때 사장이 노래 한 곡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당신 18번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인데 밴드가 없으면 못한다고 말 한데서 착안한 것이다.
메일도 자기 개인명의가 아니라 ‘인사처 직원 일동’으로 보낼 생각이란다.
나는 그의 기지에 감탄했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이 쉽고 빠르게 돌아갈 수 있을까...
때로는 지나쳐서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호기심 많고 창의력 많은 천진한 모습이 꼭 7살짜리 어린애 같다.
내 생각을 묻는 그에게 솔직하게 그대로 말씀드렸더니 아부도 예쁘게 한다며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 자리에서 이번 추석 선물로 주신 해외여행에 너무너무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KNS위원장은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노무처에 전화를 걸어 나를 무조건 유럽 쪽 연수에 넣으라고 주문했다.
****************
과장들에게 선운사 복분자술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KM과장은 내게 추석선물이라며 표고버섯을 한 박스 내 차에 실어놓았다.
상사인 내가 선물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내 차에 선물상자를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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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과장이 발령을 받았다.
추천자가 마음에 안 든다며 그렇게 반대하시더니 마음을 바꾸신 모양이다.
Y가 그를 계속 추천했고 Y가 그런 데에는 무언가 구린 내막이 있을 수 있다며 육감적으로 싫다고 했었다.
나도 세 번이나 말씀을 드렸지만 번번이 고개를 저었었다.
처장님이 마음을 바꾸셔서 그를 받기는 받았는데 그를 어떻게 발령을 내야 할지에 대해 총무팀에서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OOOO팀 A가 끝까지 나의 직제를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발령코드를 생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를 묻는 KS에게 그렇다고 인사관리팀으로 발령을 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나도 모른다며 발을 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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