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910 슬픈 사랑 이야기

by 굼벵이(조용욱) 2022. 3. 21.
728x90

2003. 9. 10()

평택 본가에 내려가는 데 무려 7시간이나 걸렸다.

아침 일찍 출발하려 했지만 애들 엄마가 시골 가면 나만 혼자 놀러 다닌다며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1030분쯤에 출발한 때문이다.

과천 의왕간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 길이 막히기 시작하더니 본가 동네 앞까지 늘어선 채 도로가 뚫리지 않았다.

결국 KDW과의 점심 약속도 파기하고 7시간이 지나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

 

KDW이가 배 두 상자랑 사과 한 상자를 주었다.

배 한 상자는 LJ과장에게 가져다주란다.

사과는 본가에 내려놓고 본가에 누군가 이미 가져다 놓은 배가 있어 배는 그냥 우리가 가져다 먹기로 하였다.

************

 

저녁에 불알친구 JS이랑 CJ이가 우리집으로 넘어왔다.

늦은 시간까지 소주와 맥주를 마시면서 JS이와 YK간 분쟁의 숨은 이야기를 들었다.

JS이와 YK간 분쟁이라기 보다는 그의 동생 YS이의 작은 사랑이야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문제의 화근은 JS이가 우리집에 들어서자마자 마침 인사차 본가 우리집에 와 있던 YK와 마주친 데서 비롯되었다.

YK는 JS이를 보자마자 대뜸

아직도 술 먹고 칼 휘두르며 깽판 치고 돌아다니느냐?”며 험악하게 인사말을 건넸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JS이는 이에 맞대응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나라도 명절날 첫인사로 그런 말 들으면 한바탕 오지게 쌈박질해 댔을 것이다.

JS이는 용케도 잘 참아내었다.

YK가 우리집을 나간 뒤 그간 있었던 내막을 JS이가 이야기했다.

문제는 YK 동생 YS이의 연애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YS이는 알코올 중독자다.

그래서 지금껏 술을 마셨다 하면 언제나 말썽을 일으켜 왔다.

그런 그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JS이 말은 잘 듣고 순종했다.

그래서 YS이가 술 마시고 밤새도록 말썽을 피우면 YS이 엄마가 JS이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해결을 부탁하곤 했었던 모양이다.

술 마시고 안하무인 상태가 되어 제 어멈 말은 안 들어도 JS이 말은 잘 들었기 때문이란다.

JS이가 정치판을 나돌 때 그를 늘 비서처럼 데리고 다녔었고 YS이 다른 사람들 보다 지적인 욕망이 강했던 데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그런 YS이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JS이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그가 불쌍하여 JS이는 그가 식당을 개업할 때 YS이 댁으로 하여금 주방 일을 보게 했다.

물론 JS이 입장에서도 단순히 YS이를 돌봐주기 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다른 사람보다는 YS이 처를 쓰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암튼 그래서 JS이는 YS이 댁을 멀리 서울까지 보내 음식 만드는 비법을 전수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JS이 입장에서는 YS이 댁에게 주방 일을 맡기는 등 YS이에게 많은 은전을 베풀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그가 식당 대신 종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겼다.

이번에는 YS이를 직접 채용하여 일을 시켰다.

물론 YS이에게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조건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인 그가 술을 안 마실 리가 없었고 따라서 여러 가지 사고가 잦았다.

결정적인 문제는 같이 근무하는 여자 컴퓨터 디자이너와 사랑에 빠진 데서 생겼다.

YS이는 육체적인 관계는 갖지 않고 순수한 platonic love만 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품새로 보아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다.

하지만 그 디자이너랑 몇 날을 함께 보낸 것이 제 처에게 들통나고 말았다.

그게 YK댁 귀에까지 들어갔고 오지랖 넓은 그녀가 가만있을 리 만무다.

YK댁하고 YS이댁이 회사로 들이닥쳐 그 여직원을 끌어내며 회사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것이다.

JS이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디자이너인 그녀는 나름대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인력인데 그런 그녀를 아작내 놓았으니 JS이도 꼭지가 돌았던 거다.

그는 이 사태를 도저히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JS이가 밤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는 YK네로 전화를 걸어 YK와 말다툼을 벌였다.

YK댁 말만 일방적으로 들어온 YK 입장에서는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YS이를 위해 온갖 은혜를 베푼 JS이 입장에서는 눈이 뒤집어 질 노릇이었다.

결국 JS이는 참다못해 분노가 폭발하고 만 것이다.

칼로 배지를 찌르느니 하는 이야기가 거기서 나왔던 것 같다.

그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사랑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이와 같은 사태들도 대부분 컴뮤니케이션 에러에 기인한다.

이성을 가지고 서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더라면 쉽게 풀릴 것을 감정만 앞세워 인간관계를 그르치는 것이다.

베푼 은혜를 기억하며 보상심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

보상심리를 갖는 은혜는 은혜가 아니고 거래다.

거래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은혜를 베푼 뒤 곧바로 그 사실을 잊어야 한다.

JS이는 그걸 간과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