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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906 일거리를 만드는 게 상사의 주임무

by 굼벵이(조용욱)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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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9. 6()

어제 아침에 무보직제도 개선안을 처장님께 올렸다.

나는 이만하면 완벽하다고 생각해 올렸는데 처장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중대한 착오가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공기업의 경우 대부분 공무원 인사제도를 그대로 답습한다.

제도가 처음 생길 때는 그걸 그대로 베껴써도 그리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공무원이 이미 그 제도를 변경했는데 그걸 모르고 계속 운영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정부가 무보직을 직위해제라는 이름으로 바꾸면서 직위해제 처분 조건에 여러 가지 변동사항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걸 간과해 버린 거다.

정부는 정직이상의 징계가 예상되는 사항의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만 직위해제 처분이 가능하도록 바꾸었다.

하지만 우리는 징계의 경중에 상관없이 징계절차가 진행될 때에는 무보직 처분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가벼운 경고나 견책 등의 경우에도 무보직 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무보직 처분을 남발해 왔었다.

아직 처장님이 모르고 계시니 얼른 수정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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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처장님이 사장실에 들렀다가 우리 사무실을 지나가시면서

조용욱이 너는 보고서를 어떻게 써가지고....” 하면서

역정을 내는 제스처를 취하다가 갑자기 환희에 찬 목소리로

다면평가 결재 나왔다!”고 하셨다.

연기력이 좀 부족하지만 반전을 이용한 유머를 구사하신 거다.

결재판을 내게 내던지듯 전달하는 것으로 자신의 즐거움을 표했다.

처장님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서류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사장실에 머물러 있었으므로(1주일 이상 사장실에 머물고 있었음) 걱정이 많이 되었었는데 메모 좋아하는 사장님이 메모 한 자 없이 깨끗하게 결재를 해 준 거다.

CSY이를 불러 결재등록을 하도록 한 후 무보직 제도 개선사항을 수정하고 있는데 처장님이 다시 나타나서는 신문쪼가리를 내 앞에 내밀면서

네가 다면평가 하면서 저지른 일이니 네가 해결해라!” 하신다.

얼떨결에 그가 내민 신문스크랩을 읽어보니 다른 회사들의 봉사활동에 관한 내용과 함께 봉사활동 결과를 인사에 반영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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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 놓아둔다고 살 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기에 CSY이에게 신문을 복사해서 KM과장과 KY 과장에게 나누어주도록 했다.

신문 복사본을 받아 든 KY는 KY대로 힘들어했고 KM는 KM대로 어려워했다.

KY에게는 신입사원에 대한 정책을 구상해 보라고 했고 KM에게는 다른 회사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부탁했다.

그는 임원 승진에만 적용할 것인지 다른 분야에도 반영할 것인지가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는 둥 신문에 난 사항을 되풀이 하며 대안 없는 이야기로 일관했다.

우선 기사에 난 회사들의 담당자를 찾아서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다보면 무언가 좋은 내용이 나타날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지시했다.

그에게는 관리자 코칭이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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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는 왜 그렇게 생각이 없는지 모르겠다.

인사제도 분야에 10년의 세월을 몸담아 왔으면서 그가 쓰는 보고서는 도대체가 신입사원 CSY이 것만도 못하다.

그러면 자신이 스스로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데 그렇지도 않다.

그동안 우습게 여겼던 동료가 직속 상사로 있는 것이 아니꼬워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냥 맞추어 사는 게 세상살이 정석이다.

어떤 환경이든 거기에 적응하고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는 예수님만 알지 예수님이 하신 일을 모른다.

천지창조의 근본을 모르고 그저 은혜만 받으려는 잘못된 신앙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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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LJ과장이 개고기 수육을 먹고 싶어 했다.

소주 딱 반병에 수육 한사라 하잔다.

KY과장을 포함시켜 셋이 장모님 사철집에 갔다.

그 자리도 결국 Y를 성토하는 자리가 되었다.

가난한 집의 막내인 부선망 독자로 태어나 자란 그이기에 주변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워 그런지 지나치게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남을 배려할 줄 몰라 많은 부하직원으로부터 많은 원망과 지탄을 받는다.

셋이서 소주 두 병 마시니 내몸에 딱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