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9. 7(일)
어제는 노사 한마음 마라톤대회가 여의도 시민공원에서 있었다.
나도 10km 종목에 신청했다.
아침 일찍 준비물을 챙겨 회사로 나갔다.
그제 점심을 먹다가 Y가 대회장까지 혼자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하는 소리를 듣고 모른 체 하려다가 그냥 내 차를 타고 가자고 했었다.
그는 혼자서는 아무 데도 못 가고 누군가가 꼭 모시고 다녀야만 한다.
내가 나서서 우선 회사에 집결했다가 내 차를 타고 함께 가자고 했다.
베풀 수 있을 때 맘껏 베풀자.
비록 맘에 안 내키더라도 나를 필요로 하고 내게 여유가 있다면, 그 사람이 좋건 싫건 가리지 말고 성심껏 베풀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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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행사에 참여했다.
사장은 완전 쇼맨이 되어 코미디를 연출했다.
처음부터 이상한 모자를 하나 들고나오더니 하느님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색적인 opening ceremony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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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라고는 중학교 때 처음 참가해보았었다.
그때 무척이나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어 마음에 부담이 매우 컸다.
그러나 그동안 테니스를 하고 가락동 웃말공원에서 아이들과 아침 운동으로 기초체력을 다졌다.
아울러 무리하지 않고 처음부터 에너지의 흐름에 따라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이번에 실험 삼아 에너지를 안배하고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주변의 상황은 일체 무시하고 오직 내 페이스대로 나의 길만 달렸다.
10키로 완주에 54분의 기록이 나왔다.
마라톤을 처음 뛴 나로서는 대단한 기록이고 그런 내가 자랑스러웠다.
아마도 주말에 테니스를 하면서 폐활량이 개선된 덕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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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에서 H처장님을 보았다.
그분도 한 시간 대에는 들어온 것 같다.
그분이 소속된 OO지사 캠프는 우리 캠프에 인접한 곳에 위치되어 있었다.
술병을 들고 우리 캠프를 찾아와 인사 겸 술한잔씩 권하고 갔다.
나와 함께 근무하실 때 나는 정말 그에게 온 마음을 다해 충성했었다.
그분이 진심으로 나를 알아준다고 생각했었기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었다.
지금 그분은 OO지사장이기에 과거에 나와 함께 있었던 기억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인다.
내가 그를 좋아하고 존경했던 만큼 그도 나를 반가워하며 호들갑스럽게 나를 반겨줄 줄 알았는데 그냥 one of them으로 여겨지는 듯해 조금 실망했다.
술도 술이지만 많은 사람들 앞이라 경황이 없어 그랬을 것이다.
비록 마음에 없어도 배려하는 마음으로 주변에 신경을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
감동은 항상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데에서 온다.
큰 것보다 작은 공감, 인정 따위가 의외로 큰 감동을 주고 인간관계를 더욱 강화시킨다.
작은 격려와 보살핌이 모든 인간관계의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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