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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927 독립운동가의 애환

by 굼벵이(조용욱)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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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9. 27()

K처장님 점심이 걱정되어 처장실에 갔더니 OOOO팀 KR팀장과 함께 앉아 계시다.

나도 함께 엉덩이를 들이 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더니 배가 아파서 못 드신단다.

점심은 그냥 굶고 저녁에 죽을 먹으면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점심시간 12시가 15분 정도 지나 사무실로 돌아오니 KY과장과 LJ과장이 먼저 식사하러 가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셋이 함께 장모님집에 보신탕을 먹으러 가는 길에 LJ과장이 Y이야기를 꺼내었다.

L과장은 나보고 신경전 적당히 벌이고 더 이상 골을 깊게 하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Y가 내가 생산하는 문서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기분 나빠 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그와 협의하여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이다.

자기가 지적하고 주장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사전에 자기의 의견을 구하고 자기가 하라는 대로 하라는 주문이다.

자기가 한 말을 나에게 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요구사항이 있으면 내게 직접 이야기할 일이지 휘하의 과장을 통해 전하는 건 또 무슨 경우인가!

부아가 끓어올랐다.

점심밥을 먹는 내내 가슴에 화가 끓어올라 개탕인지 고양이 탕인지 모를 지경이다.

그 말을 전달하는 L과장조차 미웠다.

입이 잔뜩 튀어나온 채 꾸역꾸역 밥숟갈만 집어넣고 있는 내가 L과장이나 K과장 입장에서는 조금은 무섭게까지 비추어졌을 것이다.

내 입장은 그렇다.

어떻게 다른 사람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고 제 요구만 할 수 있을까.

L과장과 K과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가 남긴 생각이나 행동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책을 쓰라면 열댓 권은 족히 쓸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자기는 눈곱만큼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나의 희생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기적 행위가 밉다.'

그 자리에서 L과장에게 내가 과장인지 부장인지를 물었다.

그는 부장이라고 했다.

그럼 부장인 나는 자존심도 없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 이과장이 조금은 졸아드는 모양새이다.

그동안 그가 제도까지 통째로 집어삼키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한 게 얼마고 회사를 엉망으로 만든 게 얼만데 내가 어떻게 더 이상 그런 그가 하라는 대로 할 수 있느냐며 대갈일성 했다.

그는 부선망 독자로 태어나 자기 누이들을 희생시키면서 컸다고 한다.

그래 그런지 모르지만 이구동성으로 그를 경험한 사람들이 남을 조금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를 평한다. 

 

발전직군 승진 불만 해소방안 관련 보고서와 파견자 경위서를 처장님께 드리고 국정감사 서면 답변자료를 만들어 처장님께 보고하는 것으로 오늘 일과를 접었다.

그냥 꾸벅꾸벅 소처럼 일하는 내 인생이 조금은 불쌍해 보이지만 어쩌랴.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게 오히려 젊음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비결이라며 견강부회 식으로 합리화하면서라도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