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 8(일)
초급간부 임용고시가 수도공고에서 있었다.
어제 처장에게 보고하려다 못한 것도 있고 해서 아침 9시에 학교를 찾았다.
처장은 전날 어디서 무슨 술을 마셨는지 술 냄새가 진동한다.
목도 쉬어 있고 캐주얼 복장에 모자 까지 눌러쓴 채 임시로 마련한 본부석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 옆으로 다가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있었던 상황들을 보고하였다.
처장은 나의 보고를 받고 나서 대뜸
“너는 항상 보고방식이 잘못되어 있어.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 해야지 자기생각을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사실을 잘못 판단할 것 아니냐”하는 거다.
어제 KS과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설명하다가 내가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를 KS과장 표현 그대로 설명하자 대뜸 나에게 한 말이다.
내가 파견자들에게 회사측 입장을 설명한 것에 대하여 '노조 P국장이 노조 측 대표로 나온 사람인지 회사 측 대표로 나온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고 이야기하더라는 말을 듣자마자 내게 한 말이다.
속이 조금 상했지만 그의 충고는 값지게 받아들였다.
그에겐 내 자랑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
만일 내가 까칠하기로 소문난 P국장이 그정도로 표현했다는 이야기를 아랫사람으로부터 들었다면 수고했다며 격려해 주었을 것이다.
이어서 그는 KS과장을 불러달라고 했고 K과장은 그 당시 상황을 처장님께 직접 설명하였다.
모든 보고는 주관을 배제한 채 사실에 입각하여 정확한 상황을 먼저 서류로 정리한 후 보고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소백산 음식점에서 시험에 응시한 사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자동차를 가져갔으므로 술을 많이 마실 수가 없다.
맥주 두 잔을 마신 후 소주잔은 최대한 절제하여 받았다.
1시부터 시작된 점심식사가 5시가 다 되어서야 끝나는 바람에 쓸데없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식사 후 집에 들어와 영화를 보았다.
집사람이 대학 동창들과 모임이 있다고 나가는 바람에 아이들 저녁을 내가 챙겨주어야 했다.
호신이가 중국음식을 시켜먹고 싶은 마음에 메뉴판이 들어있는 이쑤시개 통을 내게 들고 왔다.
싱크대로 가 보니 아침에 지은 밥이 그대로 있었다.
그 밥을 그냥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아침에 먹다 남은 돼지고기 볶음에 김치를 넣어 볶아 내가 전에 자주 만들어 먹었던 나만의 스타일로 김치볶음을 만들어 주었더니 경신이가 맛있다며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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