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3.18(목)
파견자 WYH으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파견자들 간에 투쟁계획을 수립하는 중인데 그들은 지금 그들의 복귀요구를 가로막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들의 메인 타겟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응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제보를 가장한 일종의 협박메일일 수도 있다.
마음이 섬뜩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들 중 한 사람은 시너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고 어떤 직원은 청산가리를 품고 다닌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곧바로 답장을 썼다.
본의아니게 등떠밀려 간 사람들이 누군가를 매질하기 위하여 대상을 찾아 헤매는 모양인데 나야말로 누군가에게 등떠밀려 이자리에 섰다고 하면서 그들 앞에 나가 “내가 그 장본인이다”라고 말하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담당자인 나를 매질하여야 하겠다면 변명 없이 매를 맞겠다는 투로 답변하였다.
아울러 내가 그들을 좀더 심도 깊게 이해하기 위해 그들만의 사이트에 들어가 그들의 동향을 알아보는 것은 어떤가 하고 물었다.
그가 파견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90% 이상이 이를 반대하여 곤란하다는 전갈도 전해왔다.
결국 그들에게 나는 그들의 복귀를 가로막는 제일의 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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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부처장이 내게 와서는 자기를 살려달란다.
자기는 이제 더 이상 OO직군으로 승진이 불가능하니 OOO으로 신분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 달라는 것이다.
OOOO처 검토서에 의하면 위인설관은 안되니 규정을 개정하여 OOO으로 신분변경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되어있다.
나는 그에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하면서 어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를 위하여 1직급 정원을 늘여주는 것은 위인설관이라 안되고 OOO의 직무를 수행하지도 않으며 이를 검증할 수도 없는 사람을 규정까지 바꾸어가며 OOO으로 만드는 것은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파렴치를 꾸짖었다.
그는 나에게 저녁식사라도 하자면서 소매를 끌었지만 나는 나중에 내가 대전을 가겠다며 극구 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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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 관련 정보 수집을 위하여 강남경찰서 정보과 형사도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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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지시사항에 대하여 밤새도록 노력한 결과물을 인사제도 개선 워크숍 관련 보고서와 함께 들고 K처장님 방에 들어갔다.
그가 있는 성깔 없는 성깔 모두 꺼내어 핏대를 올리며 K부장과 L과장을 불렀다.
자기가 요구한 것이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줄 알고 어제 나는 회의실에 모든 참석자들을 다시 불러 놓고 K처장님의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를 확인했었고 모두들 내가 이해한 것과 같다는 의견을 확인하고는 이에 맞추어 준비 해 줄 것을 업무지시 했던 것이다.
그는 결국 지난 밤새 준비한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면서 보고서를 다시 쓰게 했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청자가 화자의 뜻을 헤아려 이해하는 게 아니고 화자가 청자에게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고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 땐 이런 깡패같은 일들이 비일비재 했었다.
그런 일들로 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지만 그냥 혼자 삼켜야 했다.)
나는 결국 L과장과 K과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뒷전으로 물러나 그냥 H전무가 부탁한 논문 집필에 함몰했다.
L과장이 나가서 순대 국이나 한 그릇 먹고 들어오자고 해 함께 나가 순대국에 소주 한잔씩 걸치고 다시 들어와 11시가 넘도록 논문을 작성하다 K부장의 권유에 따라 그와 함께 퇴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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