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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319 잘못도 없이 모골이 송연하게 얻어터진 날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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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3. 19(금)

파견자에 대한 전적조건 결의를 위하여 인력교류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개최 품의를 하면서 전무님께 그냥 오늘 오후에 진행하였으면 좋겠다고 건의하였더니 전무도 그게 좋겠다고 해 오후 4시에 진행하기로 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처장이 나를 찾길래 가보니 인력교류위원회에 노조가 참석하느냐고 물었다.

너무도 당연한 질문이어서 자연스럽게 그렇다고 말했더니 그는 그 사실을 전무님도 알고 계시냐고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처장은 왜 그런 것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노발대발했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이 있다.

처장한테 머리끝이 쭈뼛쭈뼛 솟아오를 정도로 심하게 욕을 먹었다.

요즘 가뜩이나 스트레스로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는데 뒷골이 땡기도록 욕을 먹으니 마음이 착잡했다.

전무님께 가서 노조에서 K위원장이 함께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전무님은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결국 4시에 시작한 인력교류위원회도 당초 내가 예상한 대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채 10분도 되지 않아 순조롭게 끝났다.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내가 어련히 보고할까,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렇게 요란을 떠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착잡하면서도 일면 그의 준비성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5시가 조금 넘어 처장은 K위원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후 사장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파견자 동향을 작성해 달라고 했다.

부랴부랴 이를 만들고 있는데 K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처장이 찾으니 바로 서류를 정리하고 나가자고 하면서 발렌타인 30년산 한 병을 준비했다.

그는 본부노조 O와 OOOO처 지부위원장을 함께 불러 코엑스 넘어 선주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처장은 K과장도 함께 불렀다.

술이 얼마나 급하게 돌아가는지 30년산 발렌타인 한 병이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나도 많이 취해왔다.

술이 파하고 어디 2차를 간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K부장이 일부러 나를 떼놓았단다.

아마도 내가 있어선 안되는 다른 사람들과 만났을 것이다. 

나도 술이 많이 취해 더 먹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K부장이 따돌린 것인지 처장이 따돌린 것이지 알수가 없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사실 그 자리는 노조가 함께 하는 자리여서 내가 뒷치다꺼리를 해야 한다.

그걸 K부장이 하고 있는 것이다.

K부장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그게 처장을 위한 것이든 다른 누구를 위한 것이든 지나친 비용은 화를 불러일으킨다.

하루라도 빨리 예산도 독립해야겠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와이프를 치킨집으로 불러내어 함께 생맥주 500CC 한잔을 마셨다.

아이들도 불러 통닭을 먹게 했다.

덕분에 유익하고 즐거운 가족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