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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비닐팬티 텐트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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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대책없는 충동의 계절이다.
감자밭도 예외는 아니다.
제 구멍으로 얼굴을 내민 녀석들도 있지만 많은 녀석들이 제 구멍 대신 옆구리에 텐트를 치고 있다.
꼭 내 열여덟살 때 아침 새벽 같다.
그 때 같지는 않지만 주책맞게 요즘도 아침을 그 상태로 맞는 경우가 많다.
뭐지?
회춘하나?
봄이라 그런가?
나만 그런가?
남자들이 몇살까지 그러고 사는지 궁금하다.
요즘엔 일교차가 심해 새벽엔 기온이 급강하 한다.
새싹들도 춥고 황량한 세상에 나오기 싫은 거다.
반면 낮엔 온도가 많이 올라 연약한 잎새들이 자칫 타 죽을 수도 있다.
힘들어도 ​도망가지 말고 제 구멍으로 나와 세상과 마주해야 한다.
험한 세상에 겁을 내고 검정 비닐에 텐트를 치고 있는 녀석들을 억지로 세상과 마주하게 해주었다.
이런 놈들은 나중에 감자 씨알도 작게 들 것 같다.
니들 두고 볼껴.
감자싹은 이렇게라도 세상과 마주하게 해줄수 있는데...
하긴 나도 처음 세상과 마주할 때 옆구리에 텐트치고 싶었지만 억지로 내밀려 나온 듯하다.
봄은 농막 늙은이 조차도 새벽 아침 하반신을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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