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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초심자의 행운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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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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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
이란 말이 있다.
고스톱 모르는 사람 억지로 가르쳐서 고스톱을 치면 대부분 새로 배운 친구가 딴다.
얼마 전 시청에서 정년을 맞은 이과장과 지난 봄에 텃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그도 나도 농사를 잘 모른다.
(그는 은퇴 후 귀농을 결심하고 일찍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와 실은 나랑 비교 불가다.)
이사람 저사람 코치 받으며 비교적 힘이 덜 든다는 작물인 고구마를 심었는데
이번에 10키로 짜리 200박스나 수확했다.
전문 농사꾼 뺨치게 초심자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그 많은 고구마를 캐고 포장하느라 게거품을 물었지만 덕분에 두가지는 확실하게 보상받았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물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모른다.
덕분에 내장청소는 확실하게 됐을 거다.
더구나 아홉시 전에 골아 떨어져 7시간 넘게 단잠을 자 면역력도 높아졌을 거다.
늙은 척추관에 문제가 좀 있지만 살살 달래가며 일하다보면 조금씩 고통의 한계를 확장해 나갈 수도 있다.
자연은 내게 또다른 길을 살짝 열어보이며 사춘기 처녀 꾀내듯 나를 꼬득인다.
어느 분야든 큰 욕심 내지 않고 소처럼 살면 天下之大本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늘은 언제나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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