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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일개미의 삶만큼이라도 살았으면

by 굼벵이(조용욱) 2023.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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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오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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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는 알에서 깨어나면 여왕개미 시중을 드는 내시생활부터 시작한다.
여왕개미를 보살피고 핥아주며 애무해준다.
열흘이 지나면 여왕 곁을 떠나 고치들을 돌보며 열흘 정도 더 보낸다.
20일이 지나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를 돌보고 먹이도 준다.
30일이 지나면 번데기를 돌보거나 개미도시 안 길을 닦는 일에 종사하며 열흘 더 보내다가
40일이 지나면 도시 밖을 나갈 자격을 얻어 경비를 서거나 진딧물 똥꼬를 빨며 꿀따는 일을 한다.
50일이 지나면 그 때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자유를 얻어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다가 죽는다.
물론 거의 대부분 낯선 동네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멋진 신세계를 여행하다 까치 등 천적의 먹이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혹 길가다 부지런히 왔다갔다 정신없는 개미를 만나면 그건 자유영혼을 즐기는 50일 이후의 개미임에 틀림 없다.
사람으로 치면 나같은 은퇴백수와 비슷하다.
개미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헌신하며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인간은 오갈데 없이 뭉그적거리며 늙고 병들어 자신은 물론 주변인까지 아프게 하며 추하게 사라진다.
나비나 개미처럼 우아하게 살다 죽는 방법이 없을까?
벽에 똥칠하며 뭉그적대지 말고 박수칠때 떠나야 하는 이유다.
요즘 우리 사회엔 하얀 벽에 똥칠하는 애늙이도 참 많다.
(개미 이야기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백과사전을 원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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