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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여행기

만나면 그냥 좋은 초딩 친구들과 나문재 여행

by 굼벵이(조용욱) 202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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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에 우리집 근처 닭도리탕집 도원에서 초딩시절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태안의 꼴배별장 펜션에서 일박하며 맛난 것 먹고 정담을 나누기로 했는데 차를 모두 가져갈 필요가 없으므로 정철이와 관근이 상만이 차만 가져가고 주용이 옥배 내차 세 대는 도원 닭도리탕집 주차장에 세워놓기로 했다.
그래도 도원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여서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사장에게 이야기하니 모두 한 다리 건너면 일가 친척에 학교 동문들이어서 크게 반기며 갑자기 소주 한박스와 음료수 한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
음식 비지니스를 하려면 맛도 중요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입소문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래서 그런건지 선후배 친분관계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우린 그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가 그리 많이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소주 열병과 환타 몇 캔만 덜어갔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친구라야 고작 나 포함 세명 뿐이기 때문이다.
정철이는 내가 전화를 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10시에 만나기로 했고 시간은 다 돼가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마음이 불안하고 육감상 무언가 낌새가 안 좋아 10분 전에 전화를 했더니 이 친구 꿈나라 속에서 전화를 받고있다.
내 전화 받고 후다닥 일어나 급하게 출발했지만 그리 많이 늦진 않아 열시 반 즈음에 출발했다.
자동차 세 대가 각자 출발해 신진항에서 만나 거기서 점심식사를 하자는 말을 안흥항에서 만나자고 상만이가 잘못 이야기하는 바람에 목적지가 엇갈려 점심도 조금 늦어졌다.
신진항 시골밥상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벼르고 별렀던 여행이라 규분이는 점심도 거하게 먹고싶어 했으나 일행들 모두 저녁식사를 제대로 하려면 점심은 간단하게 먹는 게 좋겠다고 해 규분이도 생각을 꺾었다.
규분이는 무엇이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력 있게 처리해 나간다.
이번 여행을 위해 일부러 시장 가서 열무 사다 김치까지 담가올 정도다.
하지만 제 생각과 다른 생각들에 부딪치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친구들 모두 서로 이해하고 잘 맞춰주니 시골밥상집에서 만원짜리 가정식백반을 먹어도 별나게 맛나다.
아쉽다면 조기새끼가 사람 숫자만큼 제공되지 않아 난 조기튀김은 먹어보지도 못했다.
시골밥상집 언니도 그럴 땐 똥기마이라도 좀 쓰시지...
상만이가 이쪽 여행을 자주해 보았는지 좋은 곳을 많이 알고 있어 여행일정은 그에게 맡겼다.
꼴배별장에 곧바로 가지 말고 나문재 카페에 들러 차 한잔 하고 들어가잔다.
거기 안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안면도 속 작은 산들을 꼬불꼬불 돌고 돌아 도착한 나문재는 천국같은 정원이었다.
상만이 말로는 주인 개인이 이 섬의 거의 대부분을 사들여 이렇게 예쁘게 꾸며놓았단다.
6차산업 체험농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나도 이런 생활을 하고싶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  
그냥 가끔 이런 곳을 찾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주변이 온통 꽃과 나무 일색이다.
봄엔 철쭉이 장관을 이루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정원도 아름답지만 요즘 한참 예쁘게 피어있는 백합을 포함해 다양한 꽃들을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온 산 구석구석에 아주 자연스럽게 심어 가꾸어놓았고 중간 중간 다양한 형태의 조각작품을 설치해 놓았다.
이름을 알수 없지만 느티나무 비슷한 고목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형태로 분포되어있고 그 주변에 아름다운 조각이나 조형물들을 연출해 놓았는데 나는 열려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작품들이 태고적 욕망과 아름다움을 불러내기 떄문이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에 집사람과 오던가 온가족이 모두 함께 1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운이 좋아 애인이라도 생기면 애인하고 둘이 오면 더욱 근사할 것 같다.
금년 버킷리스트에 담아놓기로 했다.
나문재 펜션에서 일박하며 아무 생각 없이 바다와 바람과 나무와 꽃과 더불어 지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카페는 만석이라 자리가 없어 테이크아웃을 하는 까닭에 이곳 저곳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차라리 자리가 없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나문재를 돌아나와 꼴배네 별장펜션에 도착했다.
맛난 것 많이 먹겠다는 친구들 성화에 상만이가 회와 꽃게를 엄청 많이 주문해 놓아 먹다 끽하고 지쳐버렸다.
음식이 절반은 남은 듯하다.
정철이 관근이 나 셋이 앉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열 병을 순식간에 아작내었다.
내가 직업적으로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술을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거라는 걸 40대에 체득했다.
나는 소주 한 잔을 두세번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마신다.
그렇게 조금씩 마시고 안주도 적당히 챙겨먹으면 남들보다 덜마시는 것도 아니고 때론 오히려 더 마시면서도 정신줄 꼭 붙잡고 실수할 정도까지 취하진 않는다.
나는 내 패턴을 잃지 않고 술을 마시지만 정철이와 관근이는 잔을 들 때마다 완샷으로 위 속에 짜르르 들이 붓는다.
그러니 그 술이 금세 전두엽을 마비시켜 고주망태가 되도록 취하는 건 당연하다.
둘은 새벽 두 시 넘어까지 레코드판 튀듯 한 이야기를 또하면서 밤새 도돌이표를 찍다가 각자 쓰러져 잠든 듯하다.
쯧쯧...
짜식들 술버릇은 아직도 애들이다.
이친구들 술버릇 보니 어른 되려면 아직 멀었다.
나는 그래도 심한 취기와 피근함 졸음 따위가 몰려오면 삼베바지 방귀 빠지듯 적당한 순간에 슬그머니 빠져나가 잠자리에 들며 생존을 유지한다.
내가 빠진 자리에 남은 둘은 더이상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완전히 고주망태가 되어 고장난 레코드판만 틀다가 잠에 떨어졌다. 
바아보들~~
그래도 그게 인생이다.
오히려 그렇게 못하는 내가 더 바보 쪼다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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