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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127 결국 KT를 해외교육 보내기로 결정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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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7(금)

아침 새벽에 컴퓨터를 점검했다.

아이들은 철저하게 나를 배신했다.

그저 내가 들어오는 시간에만 공부하는 척했지 방학 내내 컴퓨터에 앉아 허송세월 한 것이다.

아이들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온 종일 컴퓨터로 게임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호신이는 예외 없이 방학 내내 매일을 게임을 하며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이다.

자꾸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버지 역할에 더이상 의욕을 잃었다.

올 해는 구정에 아무 곳에도 가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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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호신이 녀석을 불러다 놓고 독설을 퍼부었다.

공부고 무엇이고 다 때려치우라고 했다.

이번 방학에도 예외없이 한 달 내내 아침부터 온종일 컴퓨터에 앉아 게임에만 몰두하며 보낸 것에 견디지 못한 내 분통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래놓고도 녀석의 학습일지는 매일 매일 아침 10시부터 열심히 공부한 것으로 되어있다.

천연덕스럽게 거짓말도 잘한다.

내 몸 속 나쁜 피만 모아서 이녀석에게 전달된 모양이다.

학습일지를 집어던지면서 더 이상 학원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으니 공부하지 말라며 언성을 높였다.

아침 출근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속이 끓어올라 견딜 수가 없다.

아직도 집사람과는 심각한 전쟁 중이다.

그녀는 벌써 두 달이 넘도록 나와의 잠자리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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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T가 해외 경영자 과정을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친구가 교육을 가겠다고 먼저 손을 들었는데 본부별 교육정원제를 하겠다며 갑자기 OOOO팀 YJ과장이 손을 들며 경합하는 바람에 한바탕 심한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OOOO팀장이 알아서 정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경합을 시켜버렸다.

처장이라도 확실하게 정리를 해 주어야 하는데 뭉그적거리고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KT이를 보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을 긋지 못하는 것이다.

YJ는 학교 후배이기에 말리기가 껄끄럽고 KT는 좀 더 곁에 두고 싶었던 듯하다.

결국 처장은 전무에게 결정권을 넘겼고 전무는 일언지하에 YJ를 떨어뜨리고 KT를 선정했다.

이미 내가 먼저 전무에게 가서 이야기를 했고 전무도 오케이 사인을 보낸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 내막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일을 벌인 사람들이 참으로 한심하다.

처장은 ‘두 사람이 경합하는데 두사람 모두 보내지 말고 부장을 보낼까보다’고 이야기하기에 심통이 나서  ‘그럼 대신 제가 가겠습니다.’해 버렸다. 

가고 싶은 교육을 못가 나도 영 기분이 말이 아닌데 그런 쉬운 결정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고 우유부단 하는 모습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곁눈질로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처장 얼굴이 영 안 좋다. 

지난번 회의석상에서 인사처 부장들도 적극적으로 교육을 가야 한다는 둥 하면서 염장 지르기에 ‘저도 교육 좀 보내주십시오’했더니 ‘내년에 가라’며 꼬리를 내렸었다.

내가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전문원이기에 규정상 교육 우선권이 있는데 나는 늘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올 해에는 특히 어려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다음에 가라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중요한 일을 벌여놓는 내가 더 문제다.

처장은 인사처에서 오직 나만 자신의 생각에 맞게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KKN OO팀장으로부터 전해 들었었다.

JMY가 처장 방에 갔을 때 그녀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관리자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김태환이를 보내야만 한다.

내 새끼는 내가 끝까지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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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내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내가 데리고 쓰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나는 더 이상 그를 쓸 수가 없다.

내가 그를 보기 좋은 모습으로 화려하게 포장하여 보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적성에 안맞아 일을 못하지만 일부러 나를 찾아와 내사람이 되기를 자청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이기에 최고로 대우해서 보내는 것이다.

정말 나를 위해 충성하고 일을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오히려 그에게 더 많은 사랑을 담아 보내는 것이다.

충성스레 열심히 일하는 다른 과장들은 그런 내게 심한 불만을 가질 것이지만 내게 더 큰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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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KOH전무님이 구정 인사를 하기위해 우리를 불렀다.

내가 수첩을 들고 가자 KK팀장이 따라서 수첩을 들었고 이를 본 KTH와 KHC가 다시 사무실로 되돌아가 수첩을 꺼내들고 전무님 방에 가는 해프닝을 벌였다.

명절 잘 보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악수만 하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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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언제나 처럼 싸늘하다.

속없는 경신이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인터넷 강의를 듣겠다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아침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 직전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코드며 마우스를 떼어 감추었었다.

요즘은 경신이가 살아가는 삶이 부럽다.

그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오늘도 집사람의 “밥 먹고 왔어요?”라는 질문에 “아니”라는 답변만 하고 더 이상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학원에서 돌아온 호신이 녀석은 잘 다녀왔다는 인사도 안하고 뾰루퉁한 표정으로 내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 녀석을 불러 더 이상 형 방에 출입을 삼갈 것을 명했다.

대입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녀석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사람을 보면 KSH처장 생각이 난다.

KSH처장이 PYH부처장과 함께 일하면서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심하게 갈등하는 모습이 나랑 집사람의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KSH처장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뒤죽박죽 불편한 감정이 자꾸만 치고 올라와 한마디 욕설을 퍼부었다.

에이 씨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