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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131 네가 날 버리면 나도 널 버리는 수밖에

by 굼벵이(조용욱)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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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31(월)

오늘 아침 출근길은 유난히 썰렁했다.

늘 그랬듯이 아내는 오늘도 내 출근길을 본체만체 제 할 일만 하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어서 섭섭하지 않을 만도 한데 그래도 그런 모습에 섭섭한 건 사실이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아예 기대도 안하지만 기분이 내키면 했다가 그렇지 않으면 싸늘하게 냉담해 지는 모습이 더 기분 나쁘다.

그건 어찌보면 지난날의 행위들이 모두 가식이라는 증명이다.

누군가가 마을을 돌며 매일 1만원짜리 한 장씩 돌리고 다녔는데 어느 날은 돈을 돌리지 않자 마을 전체가 술렁이며 돈을 안 준 그 사람에 대하여 심한 욕을 하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인간은 그렇게 한번 길들여지면 평소와 다른 상황이 발생할 때 심한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국가나 지역마다 서로 다른 문화나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파트 문을 열고 경비실을 나섰다가 핸드폰을 안 가져온 것이 생각 나 다시 집에 들어갔다.

다시 나와 막 우리동 아파트 문을 나서려는데 이번에는 지갑을 안 챙긴 것이 생각나 다시 들어갔다 나왔다.

도합 세 번을 들락거린 셈이다.

늘 교대를 지나 직진해서 갔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우회전을 해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엇엔가 씌었는지 오늘은 정말 이상한 행동이 계속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집사람이 보여준 행태에 대하여 골몰히 생각하다가 그랬다.

팔팔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머지 인생을 이렇게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며 길을 걸었다.

스티븐 코비는 모든 것은 내 탓이니 내가 상황을 정의하고 자극에 대한 선택과 반응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지만 아무리 나를 변화시키려 해도 어렵다.

나를 바꾸느니 차라리 상황을 바꾸는 편이 훨씬 쉽고 더 desirable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나이에 그 많은 날 끓어오르는 성욕을 혼자 이불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스티븐 코비는

‘주도성이란 솔선해서 사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 말은 스스로의 삶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책임감(responsibility)이란 말을 살펴보자.

이것은 당신이 어떻게 반응할 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Response-ability)을 말한다.'

라고 했다.

왜 자꾸 이렇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몰입되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하게 그런 방향으로 흘러간다.

집사람한테도 아이들한테도 모두 실망하다보니 마음이 허전해서 그런 현상이 가중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