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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324-26 먼저 하늘나라에 간 친구를 기리며

by 굼벵이(조용욱)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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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24(목) ~ 26(일)

이번 주는 비교적 건전했다.

일과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와 식구들과 식사를 했다.

그러나 저녁이면 늘 술 한 잔 생각이 났다.

알콜 중독까지는 안 갔어도 습관성 음주 현상은 있는 모양이다.

ERP 회의가 오후 2시부터 있었고 그동안 처장님이 생각해왔던 방향과 정반대의 생각과 논리를 이야기 하는 Bearing Point 사의 PT를 듣고는 이래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처장님이 나와 K부장을 불러놓고 한바탕 연설을 하시는 바람에 금요일 오후를 조금 바쁘게 보내야 했다.
ERP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곤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모두 다 개혁을 빙자한 사기란 생각이 들었을 게다.

이 모든 것들을 이미 예상한 나로서는 솔직히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전문가인양 설쳐대는 모습도 우습고 실무경험이나 우리회사의 경영환경, 문화를 전혀 모르는 컨설턴트들의 논리전개도 모두 우스웠다.

그사람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개혁을 내세우며 선무당 사람잡듯 춤추는 칼춤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KS이가 결국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차장시절 정권교체와 더불어 TK인사라고 팽당한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허구한 날 나랑 함께 보냈던 그다.

위암 수술 후 1년 6개월 만에 결국 영면하고 말았다.

DJ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TK소개작업이 시작되었고 그 제물이 되어 요직이라고 생각되는 인사관리팀에서 쫓겨나 우리 부로 와서 익숙하지 않은 인사정책 개발업무에 한계를 느끼자 내게 불편을 호소했던 그다.

그의 어려움을 달래주려 나는 거의 매일 그와 함께 우리 집 주변 술집을 전전하며 그와 함께 보내주었다.

KSH가 운전하는 차에 OSS과 내가 함께 타고 그가 안치되어 있는 경북대 병원엘 갔다.

그의 집사람과 아이들을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딸 하나 아들 하나 고삼 고일 우리 애랑 같은 학년인 아이들이 예쁜 눈망울을 또랑또랑 굴리고 있다.

KSH가 운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차안에서 우리는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KSH 아이들도 한 때 속을 썩이기는 했지만 결국 큰애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갔고 한 때는 방황도 했지만 대학도 그럴듯한 대학의 시각디자인학과에 가서 지금은 자기주도형 삶을 아주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한다.

작은 아이도 고삼인데 이번 모의고사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집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는 전혀 다르게 부모가 억지로 보내는 학원이 아니고 모두 본인이 원하는 과목만 골라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단다.

많이 부러웠다.

 

일요일 점심에 아이들을 데리고 우면산에 다녀왔다.

내려오는 길에 경신이가 넘어져 무릎과 손바닥을 깠다.

뻑하면 넘어지고 깨지니 왜 그렇게 데퉁맞은지 모르겠다.

정말 못 말리는 녀석이다. 

점심에는 온 식구가 밖에 나가 칼국수 정식을 먹었다.

경신이는 비록 몸은 다쳤어도 무척이나 외식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몸이 불편한데도 꼭 외식을 나가야 한다고 졸랐다.

*********

일요일 아침 식사를 하면서 호신이에게 학원공부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다른 과목은 들을 만한데 과학은 도저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나의 질문에 아이는 그냥 인터넷으로 EBS 방송을 듣겠다고 한다.

그러면 과학은 더 이상 학원에 다니지 말고 그냥 인터넷을 통한 학습만 하도록 했다.

집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집사람 있는데서 그렇게 한 것이니 아마도 내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저녁에 호신이 영어 일기쓰기를 지도해 주었다.

수학여행을 일기체로 쓰는 것인데 부자유친을 위해서 한번 쯤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보았다.

정말 잘 된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