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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407 직무분석요원 집단 집합교육

by 굼벵이(조용욱) 202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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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4.6(목)

길고 긴 침묵의 시간이 있었다.

일기를 그동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여러모로 삶이 많이 게을러진 모양이다.

 

지난 토요일(4.1)에 장모님 생신이 있었다.

처가 식구들이 일찌감치 장인, 장모를 모시고 오라고 했지만 병원에 꼭 다녀와야겠어서 아침 아홉시가 되자마자 꽃마을 한방병원에 먼저 갔다.

한의사는 카메라로 콧속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더니 콧속에 양성 폴립이 있단다.

너무 커서 자신은 이를 고칠 수가 없다며 양의한테 가서 수술을 통해 제거하는 방법이 가장 좋단다.

그래도 치료를 하겠느냐는 의사의 말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대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이비인후과 과장인 그는 내 머리와 얼굴에 온통 침을 꽂고 한참동안 콧속에 빛을 쏘이기도 하고 코 안에 상처를 내어 일부러 코피까지 나게 하였다.

그리고는 한약을 16만원어치 지어주며 한약은 보험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그냥 그 약을 받아들었다.

내가 그러느라 시간이 너무 오래 결려 결국 막내처남이 장인 장모를 모시러 다녀와야 했다.

연희동 일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2만원짜리 식사인데 정말 잘 나왔다.

우리는 소주를 4병이나 마셨다.

식사비는 둘째 처남이 내었다.

막내처남이 이사한 용산 아파트에 잠시 들렀다가 두 분을 시흥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몸이 몹시 피곤하다.

 

일요일(4.2)은 아침 일찍 일어나 교대 운동장을 돌았다.

통신강의 숙제를 마쳤다.

 

월요일(4.3)은 OO에서 용역관련 PT가 있었다.

모두들 흡족해 하는 것 같았다.

처장은 무언가 한번 해 보고싶은 마음으로 부풀어 있다.

KH는 OO가 정말 실력 있는 용역업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기획처 조직개발팀에서는 자신들이 정원 산정과 관련하여 함께 직무분석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PW과장이 내게 심하게 어필을 하였는데 직무분석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듯하다.

직무분석이란 본질적으로 목적에 충실하여야 한다.

직무에 의한 인사관리를 하기 위하여 직무 기술서를 만들 목적이라면 거기에 정원 산정 목적이 배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원 산정 목적이 부가될 경우 대부분 정원을 부풀리기 위하여 본인이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직무활동영역을 확장하게 되어 두 가지 목적 모두를 망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는 PW 과장이 배신감을 느낀다며 우리에게 심한 반감을 나타내었다.

 

화요일(4.4)은 임시국회가 열리는 날이어서 사장님이 국회에 들어가 있으므로 혹시 몰라 사무실을 지켜야 했다.

임시국회가 조금 일찍 끝이 났으므로 5시 무렵에 짐을 싸 직무분석 워크샵에 참석하였다.

임시국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과장들은 미리 아침 일찍 보냈었다.

우리는 저녁에 같이 합류하여 저녁식사를 함께 한 후 저녁 늦은 시간까지 직무분석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였다.

OO의 S상무가 워크샵을 진행하였는데 내가 보기엔 별 특별한 내용이 없고 직무분석에 관한 별다른 know how도 없어 보였으며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몰아놓고 진행하는 내용이 영 어설프고 비효율적으로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함께 있음을 불편해 하는 것 같아 열시 조금 넘어서 바로 숙소로 들어와 버렸다.

 

수요일(4.5)은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였다.

OOOO은 OOOOO 연수원을 사들여 OOOO 연수원으로 만들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연수원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깊게 받았다.

산을 포함해 엄청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산 속에 있는 산책로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내가 함께 참석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기도 해 나는 가끔씩 나타나 진행상태를 체크하는 정도로 참여하였다.

업무계획에 대한 S상무의 생각을 내가 바꾸어 놓았는데 그는 직무분석에 관한 실무지식이 별로 많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장부터 본부장이하 말단에 이르는 과정 모두의 성과책임 규명을 위하여 top down 방식으로 그들을 교육시키겠다고 했다.

나는 우리 회사의 정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이야기 하고 귀납적 방법에 의하여 말단 직원부터 먼저 업무활동을 파악한 후 bottom up 방식의 성과책임을 규명하도록 그 절차를 바꾸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를 종합하여 성과책임 매트릭스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지금은 직무분석을 하는 것이지 MBO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S상무는 성과책임을 규명하면서 MBO를 적용하려 해 그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절차를 바꾸도록 한 것이다.

우리 직원들의 무지를 틈타 자기 멋대로 직무분석을 엉뚱하게 이끌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OOO이나 JJJ등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모두 직무분석 경험이 일천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영 속은 기분이다.

속상하다.

그냥 모든 것을 내가 직접 다 해버리고 싶다.

오히려 회사의 기밀만 새나가는 것 같다.

내가 진퇴유곡에 빠진 것 같다.

처장님 등살에 못 이겨 용역을 주고 있지만 내가 하나하나 가르치며 진행해야 하니 생각할수록 한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직무평가는 S상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어 내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었다.

우리 과장들도 모두 쑥맥이고 진행하는 OOO도 모두 엉터리여서 옆에서 보고 있는 내가 많이 답답하다.

그날 저녁 과장들이 술 한 잔 하고 싶어 했으므로 돼지갈비 집에 가서 소주와 쌍둥이 소맥을 마셨다.

쌍둥이 소맥은 내가 개발한 것으로 소주를 두잔 붓고 폭탄을 만드는 방식이다.

숙소로 들어와 다시 남은 맥주를 모두 마셨다.

 

다음날(4.6.목)도 예외 없이 6시 반경에 나가 아침 산책로를 3바퀴 돌았다.

오늘은 사장이 서울대에서 경영평가를 수검하는 날이어서 혹시 찾을 일이 있을 것 같아 연수원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사무실로 갔다.

오늘 저녁에는 KYH처장님을 모시는 날이어서 HWY부처장과 함께 K처장 차를 타고 일식집 대명에 갔다.

도착하니 PW부처장과 CYK 부장이 같은 시간에 도착해 있었다.

CYK부장은 얼굴이 갑자기  할아버지가 되어 나타나 어찌된 영문인가 물었더니 얼마 전에 위암 수술을 했단다.

우리 나이 대가 이젠 그렇게 하릴없이 저물어가는 때인 모양이다.

KYH처장은 압구정 근처 병원에 가서 위암 진단을 받았는데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는 일주일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앞이 안 보이는 절망의 일주일이었지만 그동안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회개하며 열심히 살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금요일(4.7)은 KYS과장으로 하여금 인사평가제도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였다.

처장은 내용상 별 문제는 없어 보이는 데에도 일상감사를 받으라고 하고 다른 과장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재검증을 받으라고 했다.

가뜩이나 정부 경영평가 받느라고 정신이 없고 바빠 죽겠는 판에 무슨 쓸데없는 절차를 그렇게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해 왔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좀 해 주었으면 좋겠다.

KC부장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잔다.

YS가 함께 하자고 했던 모양이다.

YS는 승진을 목전에 둔 YY과장을 대동하고 나왔다.

지금까지 보인 그의 행태로 보아 그는 이번에도 또 승진을 목전에 둔 사람을 우려먹을 심산인 것 같다.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곰바우에서 양곱창에 소주를 마시고 식사로 밀국수를 먹은 후 권부장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