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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607 노사협의회 회식 단상

by 굼벵이(조용욱)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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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7(수)

노조와 회식이 있는 날이다.

노조에서 밥을 산단다.

그러나 정말 먹고 싶지 않은 밥이다.

곧 있을 단협 회의에서 내가 당하게 될 고통을 생각하면 끔찍하기 때문이다.

단체협약!

노조는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접고 쉽게 포기하면 그만이지만 점잖은 얼굴에 넥타이 매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멋대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더욱 나를 괴롭게 한다.

당신들이야 잠깐 있다가 가는 임기제 임원이니 그저 있는 동안 말썽 없이 편하게 노조 요구사항 들어주고 가면 그만 이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그런 생각과 행동이 모여 결과적으로 회사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지금 회사를 이렇게 어렵게 만든 원인도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축적되어 생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노조는 노조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회사는 회사대로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K전무에게 단협 검토안을 가져갔더니 서류에 사인을 못하시겠단다.

자신이 사인한 것을 알면 노조가 자신에게 화살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협상의 과정 속에서 자신이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사인을 할 수 없단다.

가슴이 아프다.

인사처장은 발전직군 현원 직군 재분류 안을 놓고 계속 시비를 붙는다.

빨리 빨리 서둘러 한 사람 한 사람 정리를 해 주어야 당사자들도 마음의 정리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사장 결재까지 난 사항을 틀어쥐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나서서 스스로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 

아니 내가 잘못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노조가 총대를 멘 내게 적극적으로 밥을 먹이려 드는 것이다.

아니 술을 먹인다.

노조도 여러 조각으로 생각이 분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경영진 보다는 노조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고 노조가 앞장서서 회사를 이끌어 가 주기를 바란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지만 착한 고양이 역할을 기대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KKS가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에게 매달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전달과정에서 중간에 차단되었는지 그런 제안을 들은 적이 없어 하는 눈치다.

P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는 듯하다.

요즘은 관리본부장이나 처장이 직접 P를 상대하니 나는 안중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잘 되었다.

모든 사안을 이미 노사간 합의된 사항으로 받아 넘어가니 적어도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비난은 면할 수 있다.

더구나 보기 싫은 얼굴을 안 보아서 좋다.

P는 지난번 단협도 나에게 속았다며 흥분해 펄펄 뛴다.

그는 자기를 속였다고 생각하는 내가 미운 것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KKS가 한 잔 더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회사 앞 전통찻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나는 그들이 사분오열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모르는 KC부장이 나를 비난하기에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설명해주니 그제서야 이해한다.

 

어쨌거나 낚시가 최고다.

한시름 잊은 채 여울에 몸 담그고 삿대질 해대는 견지낚시가 이런 저런 부질없는 생각을 잊을 수 있어 최고다.

이번 토요일에도 단양에 정출을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