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19(토)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는 중에 견지의 즐거움에 대하여 한껏 자랑을 했더니 모두들 감정이입 되어 기분이 최고조로 이르더니 급기야는 가족들 데리고 천렵여행을 가잔다.
그래서 갑자기 기획된 것이 우리팀 홍천강 천렵여행이다.
각자가 사는 위치가 다르다 보니 모여서 함께 가기는 어려워 아침 7시 30분까지 대명 비발디 파크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늘도 예외 없이 알람이 울리기 전 4시 5분경에 잠이 깨어 뒤척이다 5시 즈음하여 이것저것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이것 저것 챙기느라 부시럭대는 소리에 집사람이 잠에서 깨어났다.
대명 비발디까지 가려면 최소한 1시간 반이나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누가 봐줄 것도 아니고 물가에 가는 거여서 그냥 세수만 하고 가도 되는데 집사람은 어제 저녁에 샤워까지 해 놓고는 곧바로 목욕탕에 들어가 또 샤워를 한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6시가 넘었다.
나는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엄청 불안해 한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안정부절 못하고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끙끙대며 서성이고 있는데 집사람은 욕조를 나와서는 그 때부터 화장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 6시 30분이 넘어서야 마눌님을 모시고 출발할 수 있었다.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집사람은 어느새 매운탕거리며 천렵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놓았다.
사실 오늘은 직장 동료들이 각자 분담해서 먹거리를 준비를 해 오기에 우리는 몸만 가도 되는 일이었지만 그동안 있어왔던 반복된 행동이 습관처럼 굳어져 집사람은 오늘도 자연스럽게 천렵여행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차가 막힘이 없어 7시 45분경에 대명 비발디 파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만 늦은 게 아니다.
과장 두 사람이 아직 오는 중이란다.
LMH과장에 이어 KYS과장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여 그 중 자동차 3대는 대명에 두고 3대만 되룡골 여울가로 가져갔다.
오늘은 태풍이 예고된 날이어서 그런지 여울에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 긴 팔을 입어야 할 만큼 날이 쌀쌀했다.
견지대가 세 개 밖에 없으므로 나를 포함한 세 사람만 여울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음식 준비를 했다.
수원민박 사장님이 누군가에게 열심히 견지 강습을 하고 있어 그 곁에 가 나도 귀동냥을 하였다.
함께 물에 든 송과장과 김과장에게도 옆에서 강습을 들으라고 했다.
수원민박 사장님 요점은 그랬다.
스침질은 너무 길게 하면 힘들고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어깨넓이 정도만 하라는 것이다.
사장님이 짚어주신 포인트에서 피라미를 잡겠다고 줄을 흘렸는데 별 소식이 없다.
그 사이 송과장과 김과장이 각각 피라미 두 마리를 잡았다.
이래가지고는 피라미 매운탕 끓이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주변 조사들에게 피라미를 얻어 볼 생각으로 물가를 서성이며 “많이 잡았습니까?” 하고 묻는다.
한결같은 답이 피라미 조차 몇 마리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혹여나 풍운아 선배님이 춘천에서 오셨나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안 보이는 것 같다.
직장 식구들한테 피라미가 지천이고 40센치 나가는 물고기는 쌔고 쌨다고 허풍을 떨었는데 당장 끓여먹을 피라미가 부족하다면 그동안 내가 한 말은 순전히 뻥이고 사기란 결론에 도달한다.
마음이 다급해 지자 지난 공출 때 누치를 9수나 건졌던 자리로 갔다. 돋보기 안경을 쓰고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먼저 선점하고 있기에 슬쩍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 줄을 흘렸다.
몇 분 후 ....
처음으로 강대를 흘렸는데 무언가 센 놈이 달려들었다.
설장도 탔다.
명색이 강대인데 이정도면 40센치 가까운 누치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온다.
그런데 코 앞 2미터 전방에서 폴짝 뛰어오르기에 보니 끄리다.
끄리 한 마리를 꿰미에 꽂았다.
다음번 줄을 흘리는데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조짐이 보인다.
거의 코 앞까지 끌어올렸는데 옆 아저씨와 줄이 걸려버렸다.
아저씨는 자신의 낚시에 걸린 줄 알고 끄리를 따서는 자기 그물망에 쏙 넣는다.
다른 때 같으면 가만히 있겠지만 지금 매운탕거리 때문에 눈이 뒤집혀 있는데 그 귀한 끄리를 중간에서 채어가니 속이 상했다.
“아저씨, 지금 그 고기 제가 잡은 건데요?” 했더니
“그래요? 난 내 낚시에 걸린 줄 알고...”
암튼 그렇게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잡은 고기 다 저 주시면 안 될까요?
나중에 제가 잡으면 다 아저씨 드릴 께요.
그리고 매운탕 끓여놓을 테니까 와서 점심 드세요” 했더니
“그렇게 하시지요. 그런데 난 점심을 안 먹습니다.
담배피우는 사람 있으면 담배나 몇 가치....”하신다.
그래서 결국 망신을 면하고 끄리 댓 마리와 피라미 몇 마리가 든 그물망을 거두어 가서는 그걸로 풍족한 식단을 구성할 수 있었다.
삼겹살과 매운탕 그리고 이슬이를 비틀거리기 일보직전까지 마신 후 아저씨 줄 담배 한 갑을 챙겨 다시 아까 그 자리로 입수했다.
담배 한 갑을 받아 든 아저씨는 좋아하며 잠시 후 철거하시고 나는 우리 식구들과 나란히 서서 줄을 흘린다.
나는 또 거기서 새로운 기록을 갱신했다.
무언가 묵직한 놈이 터덕 걸렸는데 강대가 활처럼 휘어진다.
탓탓탓탓탓 .......설장을 탄다.
괜찮은 놈이 걸린 것 같다.
적어도 우리 팀원들에게 망신은 안 당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귀여운 살신성어 누치가 몸체를 드러내는데 모두들 환성을 지른다.
우리 식구들 눈에는 처음 보는 엄청 큰 물고기를 잡아드니 놀라움에 경악하는 눈초리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44센치!” 하고 소리친다.
지금까지 내가 잡은 것 중에서 가장 큰 놈이다.
자로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40센치는 훨씬 넘어가는 것 같다.
날도 저물고 바람도 차 낚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얼른 낚시를 접었다.
그 녀석을 끌고 물가로 돌아 베이스캠프까지 와서 모든 식구들에게 누치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 고기 고아 먹을 사람?”하고 물으니 송과장이 매운탕을 끓여먹겠다고 손을 든다.
나는 아는 척 하며 “이 고기는 매운탕으로는 별 맛이 없고 찹쌀 넣고 푹 고아서 먹으면 괜찮다. 그렇게 할 사람?” 하고 물으니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러면 아무도 원하지 않으므로 여기서 방생 한다” 하면서 녀석을 방생하니 힘찬 몸짓으로 강물을 따라 유유히 헤엄쳐 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K과장 집사람이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것 가져다가 아버님 고아드릴 걸 그랬다고 몇 번이고 후회를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아쉬움이 다음번에 쉽게 물가로 인도한다.
아마도 다음번에는 K과장이 물가로 가자며 나서는 것이 아니고 K과장이 집사람한테 떠밀려 물가로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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